[울산 청년 CEO] 시각 장애 딛고 요식업종 '도전'
안경사 재직 중 희귀 안질환
발병 6개월만에 시각 잃어
일식 정하고 칼질부터 다시 시작
요식업 종사 아내 친정 도움
힘든 일 겪을 때 단골들 힘써줘
"시각장애인들에 위안됐으면"





'블라인드 오뎅'은 정통 일본식 오뎅과 튀김요리인 '쿠시카츠'를 주로 판매하는 작은 술집이다. 신원철(37) 사장은 안경사로 10년을 재직했지만 갑작스럽게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고 더 이상 안경사로 일을 할 수 없게 됐고, 요식업에 뛰어들게 됐다.
#안경사로 10년 일했지만, 희귀질환으로 중증 시각장애인 판정
신원철 사장은 집안에 안경사가 많았던 영향을 받아 대학 시절 안경광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안경사로 일했다. 안경사로 일하며 다른 사람들의 시야를 밝혀주는 일을 하다가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은 그는 처음에는 막막한 심정이었다.
발병하고도 안경사로 일했지만, 도저히 검안이 안 되기 시작한 시점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가게를 포기하게 됐다.
신 사장은 "안경사가 적성에도 맞고 평생 공부했던 일이라 즐겁게 일했다.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하고 이일을 그만 둬야 할 때는 속상했지만 아내 덕분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시각장애 숨기고 싶지 않아...'블라인드 오뎅'
신 사장은 중도에 병으로 시각을 잃게 된 후천적인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여름 휴가를 다녀오고 코로나에 걸렸는데, 그때 이후로 한쪽 시야가 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병명은 '레버 시신 경병증'으로 발병하면 6개월 만에 시각을 잃는 극 희귀질환이다. 중증 시각장애인인 그는 빛은 인지할 수 있고 아주 가까이서 보면 형체는 인지 할 수 있다.
신 사장은 시각장애인으로서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된 이상, 숨기고 싶지도 않았고 오히려 같은 장애인들에게 힘이 되고 싶은 생각으로 가게이름을 '블라인드 오뎅'이라고 지었다.
#발병 후 만난 동료 권유로 요식업 시작
시각장애인으로 할 수 있던 일을 찾던 신원철 사장은 지난해 안마수련원에서도 잠깐 일을 배웠다. 그곳에서 만난 한 동료는 음식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이전에 이자카야를 운영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마침, 안마원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술집을 함께 차려보자고 뜻을 모았고 '블라인드 오뎅'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은 잘 풀리지 않았다. 같이 일을 시작하자던 동료는 가게를 오픈하기도 전에 발을 뺐고, 메뉴부터 다시 정해야 하는 벽에 부딪혔다.
그는 "갑자기 그분이 빠지고 나서 '큰일났다'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아내 집안이 요식업을 해왔던 터라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전화위복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칼질부터 다시...직접 요리 '오뎅 바'로 시작
신원철 사장은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았는데, 이미 일식으로 업종을 정하고 시작했던 터라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식의 메뉴를 찾아야 했다. 일본으로 자주 여행을 다니며 접했던 음식 중 '오뎅'이 불을 크게 쓰지 않고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메뉴를 정했다.
스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테이블 수를 줄이고 닷지 형태를 많이 만들어 손님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특히 칼질부터 다시 배웠다. 눈이 안 보이니 손으로 다 만져가면서 칼질을 연습했다. 레시피도 정통 일본식으로 하려다 보니 나중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일본영상만 뜰 정도였다.
신 사장은 "가게를 오픈하고 한 달 정도는 정말 아무도 안 왔는데, 그래서 연습할 시간이 많았다. 지금은 어느 정도 단골이 생기고 안정화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울산 속 작은 일본'...현지와 비슷한 맛 구현
'블라인드 오뎅'의 음식은 최대한 현지의 맛을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에서 좋아하는 일명 '꼬불이 오뎅'이나 땡초 같은 토속적인 재료를 반영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재료와 오뎅은 일본에서 수입되는 상품으로 사용하고 작은 부분까지도 최대한 비슷한 맛을 위해 노력했다. 또 오뎅과 함께 판매 중인 쿠시카츠도 현지처럼 '카삭'한 식감을 구현하려 연구 중이다. 그래서일까 '블라인드 오뎅'에는 일본에서 살다 온 단골이 많다.
#시각장애에 장사 어렵지만 단골·가족 큰 힘
가게를 시작하면서 '정말 안보이냐?'라는 무례한 말을 하거나 결제가 되지 않았는데도 그냥 가버리는 등 안 좋은 일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해결을 위해 함께 힘써주는 단골과 가게일을 돕다가 이제는 함께 하게 된 가족이 큰 힘이 된다.
신원철 사장은 "처음 장애를 갖게 되고 방황을 많이 했다.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없었지만, 임신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도 저를 보고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오정은 기자 oje@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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