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진압에 주방위군 투입 '권한 남용' 논란…"트럼프 '내부의 적' 찾아" [영상]

박신영 2025. 6. 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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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LA에 주방위군 2천명 투입
주방위군이 나설 만큼 심각한 사안인지 논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견제용이란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한 이민 단속으로 시위 사태가 일어난 로스앤젤레스(LA)에 2000명의 주방위군을 투입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방 정부가 주방위군을 투입해야 할 만큼 시위 상황이 심각한지에 대한 찬반 여론과 함께 LA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주지사 개빈 뉴섬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법 이민 단속과 관련한 저항이 LA에서 번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LA는 이민자 수가 미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많을 뿐 아니라 이민세관단속국(ICE) 최근 집이 아닌 일터에 들이닥치면서 이민자들이 자연스럽게 시위대를 조직화할 수 있었다.

사진=AFP

 주방위군 역할 논란

8일(현지시간) 이른 오전 LA 다운타운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투입한 주방위군 일부가 도착했다. 주방위군은 미국에 있는 독특한 군대 조직이다. 1600년대 영국 식민지 시절 주민들이 직접 방어하는 민병대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다. 미국 건국 후, 중앙 정부가 너무 강해지는 걸 경계해서 각 주가 자체 방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 민병대를 헌법에 보장했다.

이 때문에 주방위군은 각 주의 주지사와 미국 대통령 양쪽 모두의 지휘를 받는 이중 통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동원해도 평소엔 주지사가 거부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일부 법을 발동하면 주방위군을 해당 지역에 주지사 동의 없이 투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방위군 투입의 근거로 삼은 것은 미국 연방 법전 제10권 제12406조다. 해당 법률은 ‘미국 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이나 반란의 위험이 있을 경우 연방 정부가 주방위군을 배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논란은 과연 LA 지역의 상황이 폭동진압법을 발동할 만한 수준인지를 두고 일고 있다. 시위대의 저항이 있긴 하지만 경찰과의 대치에서 심각한 폭력 사태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데다 LA 도심 일부에서만 시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강력한 ‘폭동진압법’을 발동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폭동진압법이 발동되면 주방위군 뿐 아니라 정규군까지도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텃밭 견제용 분석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하게 주방위군을 투입한 데는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동시에 차기 민주당 대선 주자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의 설전을 비롯해 일관성 없는 관세 정책 등으로 지지층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BBC는 이번 조치에 트럼프 정권의 핵심 지지층이 기뻐하고 지지 정당이 없는 이들은 공공안전에 대한 우려에 흔들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세력을 적대적인 외국보다 엄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이던 작년 10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적은 둘”이라며 “내부의 적은 중국, 러시아 같은 나라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뉴섬 주지사에 대한 정치적인 공격 의도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서부 지역의 산불 사태 때에도 캘리포니아주의 무능을 주장하는 등 뉴섬 주지사를 줄곧 비판해왔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에 연방자금을 대거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도 이날 “그들이 주방위군을 투입한 건 경찰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쇼를 원하기 때문이다”고 X(옛 트위터)에 올렸다.

 시위 번질지 주목

일각에서는 LA 시위가 다른 지역으로 번질지 예의주시 중이다. 이번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데는 ICE의 불법 이민자 단속이 더욱 강화된 영향이 크다. 불법 체류 이민자 수가 가장 많은 LA에서 일터를 중심으로 이민자 검거에 나서다 보니 함께 일하던 이민자들 간의 시위 조직이 상대적으로 쉽게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LA 이민 단속 반대 시위와 1992년 LA 폭동 사태는 서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과 위기의 수준이 다르다고 보도했다. LA에선 일부 산발적인 충돌이 벌어지고 있지만, 1992년에는 LA 일부 지역이 폭도들에게 약탈당했다. 당시 6일간 이어진 폭동 기간 63명이 사망했고, 이 중 9명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한인사회에서도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반면 현재 LA에선 시위로 인한 건물이나 상점 피해는 아직은 경미한 편이다. 불법 이민자 단속과 관련해서 한인이 개별적으로 적발된 사례는 있어도 대대적인 단속 현장에서 적발된 사례는 아직 접수된 바 없다고 영사관 측은 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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