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일론 머스크와 정치

이동욱 논설주간 2025. 6. 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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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물리학에는 '엔트로피(Entropy)'라는 개념이 있다. 모든 계(system)는 시간이 지날수록 질서가 무너지고 무질서가 증가한다. 일론 머스크는 그 질서를 거슬러 온 인물이다. 테슬라로 전통 자동차 산업을 흔들고, 스페이스X로 우주산업의 새 질서를 만들었다. "불가능은 없다"는 신념 아래 수백억 달러의 자산을 축적했다.

그러나 정치라는 세계는 물리 법칙과 다르다. 정치에서의 '질서'란 권력의 균형과 신뢰의 망으로 유지된다. 한번 금이 가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결별은 그 전형이다.

한때 '주군과 최측근'이라 불릴 만큼 밀월 관계였던 두 사람은 이제 거친 비난을 주고받는 사이로 돌변했다.

머스크가 '하나의 큰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BBB)'으로 불리는 감세 법안에 대해 비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실망했다"며 공개적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머스크는 엑스(X)를 무기로 맞불을 놓았다. "아주 배은망덕하다", "그는 그저 미쳐버렸다",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가 있다"….

주고받은 말의 수위는 점점 가팔라졌다. 머스크는 심지어 "트럼프 탄핵"에 동조하기까지 했다. 한때 트럼프 재집권의 '1등 공신'이라던 머스크가 이제는 그의 가장 거센 비판자가 된 것이다.

물리학에서 에너지는 보존된다. 그러나 정치적 자산과 신뢰는 비보존적이다. 이번 갈등의 한복판에서 머스크는 그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CEO로 군림하지만 정치판에서는 여론이라는 바람 앞에 촛불처럼 흔들린다. 정치란 상호 신뢰라는 불안정한 입자들의 운동이다. 물리 법칙으로 꿰뚫을 수 없는 세계다. 머스크는 트럼프와의 브로맨스를 '대중 정치'라는 무대에서 깬 이후 정치권력의 냉혹함을 깨달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