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삶과 죽음 ‘중간지대’에 사는 조종사들

지난달 해군 해상초계기 추락 사고로 해군 후배 조종사 2명과 승무원들이 순직했다. 해당 기종 도입 이래 첫 사고라고 한다. 지난 3월에는 2대의 KF-16 조종사가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해 민가에 MK-82 8발을 잘못 투하하는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러 조종사 2명 등이 형사입건됐다. 그로부터 한 달 뒤에는 KA-1 조종사가 연료탱크와 기총포드를 비정상적으로 투하한 사고도 발생했다.
공군에서 은퇴한 지 10년도 한참 넘었지만 아직도 비행사고 꿈을 종종 꾼다. 현역 시절 MK-82같은 실무장 폭격훈련이 계획될 땐 잠을 푹 자야했지만 임무 위험과 중요도로 인한 압박으로 오히려 밤을 지새운 날들이 많았다. 조종간 제일 위에 붙어 조종사들의 조종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트림(항공기 도움날개에 연결돼 일정한 각도로 유지시킴으로써 조종사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 버튼과 사격 버튼의 간격은 1~1.5㎝ 정도밖에 안 된다. 트림 버튼을 사용하면서 아차 잘못해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좌측 바로 옆에 붙어있는 사격 버튼을 건드리면 미사일이 발사되거나 폭탄이 투하된다. “만약 폭탄이 민가에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우려와 실수는 곧 죽음이라는 생각으로 밤잠을 설친 것이다.
매 비행 시 사고와 죽음에 대한 조종사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알까? 오늘도 무사히 퇴근해 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곤히 잠든 아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출근하는 조종사들의 마음을 알까? 조종사들의 출근 후 집에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알까? 혹시라도 누군가 내 시신을 수습할 때를 생각해 속옷을 단정하게 갈아입던 마음을 알까? 반응 없는 메아리지만 생각이 참 많았다.
조종사의 하루 일과는 모두 비행을 위해 맞춰진다. 식사를 거르면 안 되며 잠도 숙면을 위해 민감한 사람은 가족과 따로 자곤 한다. 중요한 임무 시 오히려 강박관념으로 잠을 설치는 경우도 있다.
비행 사고는 보통 기상요소, 자재요소, 인적요소, 공중충돌 등으로 구분된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과학적인 안전기법과 교육 등이 이뤄지지만 완전무결한 무사고 비행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3차원의 비행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를 간과한 채 과실만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F-15K가 도입돼 전력화되기도 전인 2006년 6월 야간에 해상추락사고가 있었다. 바다에 충돌 전 조종사가 의식상실에서 회복만 됐다면 피할 수 있던 일이었다. 사람이 의식상실에서 정상상태로 돌아오는데 24초가량 걸린다는데 그 전에 해상에 충돌한 것이다. 훈련 강도를 약하게 하면 사고를 막는다거나, 훈련이 강하면 늘 사고가 난다는 두 개의 가설 모두 틀린 얘기다. 비행기량과 사고는 상호보완적이다. 두 개의 그래프가 교차하는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큰 과제이다.
인간은 지상에서 적응하며 살게 돼 있다. 항공기 조종은 이륙에서 착륙까지 고도와 속도로 인해 비상시 조치할 시간과 공간이 극히 제한된다. 지휘관 명령에 따라 업무가 분업된 다른 무기체계와 달리 항공기는 조종사가 직접 지휘관 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 홀로 좁은 공간에서 이륙에서 착륙까지 자신의 항공기 조종과 타 항공기 편대지휘, 연료관리, 공역관리, 무장관리, 무장발사, 목표탐색, 적지분석, 레이다 감시와 탐색, 사주경계, 적 지상포 회피 등 정신을 차리고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본인은 물론 편대원 편조까지 위험에 노출돼 사고가 나거나 피격 될 수 있다. 귀는 외부 지상관제소와 정보교환으로 늘 열려 있어야 한다. 한군데만 너무 집중해도 안 된다. 정신은 주의집중과 주의분배의 연속상태가 돼야 한다.
이 때문인지 조종사들은 치매가 없다고 하는 속설도 있는데 대략 맞는 얘기 같다. 여기에 더해 야간이나 기상이 좋지 않을 때는 공간정위상실(SD·Spatial Disorientation)로 인한 비행착각도 유의해야 한다. 공간정위상실은 조종사의 비행시간과 계급의 높낮이, 비행경험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다. 이러한 비행조건들은 전·평시 모두 적용된다.
연구에 따르면 지상에서 100% 발휘되는 지각능력도 고공으로 갈수록 떨어져 70%정도만 발휘된다고 한다. 이 수치도 산소가 지상과 같이 잘 공급될 경우의 이야기이다. 고공으로 갈수록 산소공급계기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호사가들은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 부재 등에 따른 군 기강을 운운하는데 전직 조종사로서 볼 때 결단코 아니다.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외부요인으로 비행군기가 해이해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은 더 철저한 사고방지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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