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진출, 남아있는 ‘3대 블루오션’을 찾아라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많은 한국인 창업자들이 ‘중동의 허브’로 우뚝선 두바이를 바라보며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이제는 너무 늦은 거 아닌가요?”다. 글로벌 자본이 몰리는 무대이자, 경쟁이 가장 치열한 도시 중 하나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진출 여지가 있는 분야는 남아 있고, 특히 한국인이 가진 강점을 녹여낼 수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지난 회차에서는 AI·핀테크, 블록체인, 뷰티·헬스 산업을 중심으로 중동 진출 유망 업종을 살펴봤다면, 이번 회차에서는 비교적 덜 주목받았지만 기회가 크게 남아 있는 세 가지 분야를 소개해보겠다.

UAE정부에 따르면 교육(Edu)과 기술(Tech)을 결합한 ‘에듀테크’ 시장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증강현실(AR) 기반 학습 콘텐츠, AI 튜터 시스템 등이 시장에서 빠르게 반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디지털 교육 전략과 민간 부문의 투자 확대가 더해지면서 에듀테크 기업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실제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에듀테크 기업 VIPKID는 중동 전역에서 영어-아랍어 병행 화상 수업 서비스를 통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싱가포르 기반 에듀테크 기업들은 UAE 교육 시장에서 AI 기반 개인맞춤형 학습 솔루션 공급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진출을 위해서는 단순 강의 파견이 아닌, 브랜드화된 교육 패키지 형태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AR 기반 영어-아랍어 병행 학습 앱, 태블릿 기반 인터랙티브 콘텐츠, 현지 유치원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 가정 연계 학습 관리를 위한 학부모 앱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이 현지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AI 통합도 주요 이슈다. UAE 교육부는 최근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AI 교육 과정을 발표했다. 교육 내용에는 챗GPT 등 AI 챗봇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법, 알고리즘의 편향성 인식, 프롬프트(명령어) 작성법, AI를 활용한 조사·연구 방법, 표절 방지 방안 등이 포함된다.
다만 진출 시 고려해야 할 점도 있다. 아랍어 현지화는 필수이며, 종교적·문화적 민감성을 고려한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 또한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해 최소 10억원 이상의 자금력이 필요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UAE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청정에너지 비중을 50%로 확대하고, 청정수소 생산 허브 구축, 폐기물 제로 달성을 위한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 전기차 인프라 및 대중교통 전환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실제 성과를 거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기업 엔비전(Envision)은 사우디 북서쪽 해안에 건설 중인 미래형 도시 네옴시티(Neom City)의 풍력 터빈을 공급했다. 독일 기업 지멘스는 아부다비 마스다르 시티에 통합 에너지 효율 솔루션을 제공하며 중동 그린테크 시장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 중소기업들이 보유한 고기술력 소재와 소형 에너지 장비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친환경 건축 자재, 공기정화 필터 등 고기술력 소재 분야와 소형 태양광 패널, 스마트 관개 시스템, IoT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단순한 제품 수출보다는 현지 조달시장 및 정부 프로젝트와 연계한 합작투자(JV) 설립이나 기술협력 모델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UAE 정부가 친환경 기술 기업에 세제 혜택과 정부 조달 시장에서의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어, 현지 파트너십을 통한 장기 공급 계약 체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출 시 가장 큰 장벽은 까다로운 인증 절차다. 두바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국내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UAE는 친환경 제품에 대해 매우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제품 인증만 1년이 넘게 걸렸다”며 “현지 파트너 발굴과 신뢰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최소 2~3년은 투자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아랍 지역의 콘텐츠 생태계는 기반이 취약한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전성시대를 맞아 어린이 장래 희망 1순위로 꼽힐 정도로 성숙한 단계에 이른 반면, 중동 지역은 MCN(Multi Channel Networks) 사업자나 크리에이터 양성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격차는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가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리얼리티 포맷이 가장 많이 나타나며, 연예인(방송인) 출연진을 활용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현지화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만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펀드(PIF)는 게임·엔터테인먼트 분야에 38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UAE도 ‘미디어 시티’ 확장 프로젝트를 통해 콘텐츠 제작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카타르의 경우 아랍권 최대 규모인 5억 달러 엔터테인먼트 펀드를 조성했다.
실제로 아랍어 자막 기반 숏폼 콘텐츠 제작, 한국식 예능 포맷의 현지 적용, 유튜브 인플루언서 교육 프로그램 등은 한국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특히 K-팝 댄스 챌린지, 뷰티 튜토리얼, 요리 콘텐츠 등은 문화적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진출이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종교적·문화적 제약사항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콘진원 관계자는 “이슬람 문화에서 금기시하는 내용이나 표현 방식을 피하고, 현지 문화 코드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필수”라며 “아랍어 번역의 정확성과 문화적 뉘앙스 반영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바이 사업의 단점도 있다. 현지 법인 설립, 라이선스 취득, 은행 계좌 개설 등의 과정에서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서류 미비나 절차상 오류로 인한 지연은 사업 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무·회계 관리도 조심해야 한다. VAT 신고, 법인세 납부, 각종 라이선스 갱신 등을 제때 처리하지 못할 경우 상당한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니 주의를 요구한다.
반면 정부 정책이나 고위층의 의지에 따라 사업 환경이 급격히 개선되는 경우도 자주 목격된다.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나 정책 방향과 부합하는 사업의 경우 예상보다 빠른 승인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동 시장의 특징이다.
이러한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동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높은 구매력, 빠른 성장세, 그리고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허브로서의 가치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현지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구하거나, 코트라, 무역협회, 중진공 등의 수출조력 기관 및 각 지자체의 중동 진출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보자. 현지 전시회나 컨퍼런스 참가를 통한 네트워킹 구축도 효과적일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70년대 중동 건설업 붐이 한국을 발전시켜줬듯 지금의 중동 역시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 참고자료 = 두바이 미래재단(Dubai Future Foundation), Masdar, ADEK, KOTRA 두바이 무역관, 무역협회 UAE 지부, UAE Green Economy Initiative, Statista, PwC Middle East 자료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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