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아날로그 감성의 조화, 美 사로잡은 '어쩌면 해피엔딩'

장병호 2025. 6. 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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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작품상 등 6관왕 차지한 K뮤지컬
박천휴 작·윌 애런슨 작곡 두 번째 작품
2016년 대학로 초연, 5시즌 공연까지 성황
美 공연, 서울·제주 배경에 한국어 등장
"한국적 색채·담백한 감성에 美 관객 매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6관왕을 휩쓴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대학로 소극장에서 출발한 대표적인 한국 창작뮤지컬이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제작·창작진과 배우 등이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가 박천휴가 뉴욕대 유학 중 만난 작곡가 윌 애런슨과 함께 선보인 두 번째 창작뮤지컬이다. 두 사람은 2012년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먼저 데뷔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14년 우란문화재단을 통해 기획·개발됐고,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대명문화공장과 네오 프로덕션 제작으로 2016년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현 예스24 스테이지 2관)에서 정식 초연했다.

박 작가는 영국 밴드 블러의 리더 데이먼 알반의 노래 ‘에브리데이 로봇’(Everyday Robots)에서 영감을 얻어 ‘어쩌면 해피엔딩’을 집필했다. 기계가 발달할수록 오히려 고립되는 사람들을 로봇에 비유한 노래다.

작품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올리버의 주인 제임스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턴테이블 등의 오래된 소품, 서정적인 음악으로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초연 초연 당시 관객 입소문을 타면서 폐막 즈음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인기에 힘입어 2017년 앙코르 공연, 2018년 재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2020년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진행한 세 번째 시즌 공연부터는 CJ ENM이 제작을 맡았다. 특히 세 번째 시즌 공연 때는 초연 멤버이자 당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전미도, 정문성이 주연으로 돌아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었음에도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2021년 네 번째 시즌 공연, 2024년 다섯 번째 시즌 공연까지 흥행하며 대학로 대표 소극장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오는 10월에는 NHN링크 제작으로 10주년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뮤지컭 ‘어쩌면 해피엔딩’의 2021년 공연 장면(사진=CJ ENM)
박 작가와 애런슨 작곡가는 과거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의 국내 흥행 비결을 ‘진심’에서 찾았다. 이들은 “우리 작품에 호응도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누군가를 흉내내기 보다 솔직하고 내밀한 정서를 전달하려 한 우리의 진심이 호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소극장 뮤지컬의 흥행 공식을 거부하고 우리에게 가장 솔직한 정서와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한 것을 관객들이 따뜻하게 알아봐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 개발 단계부터 미국 진출을 염두에 뒀다. 박 작가는 처음부터 ‘어쩌면 해피엔딩’의 대본을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으로 동시에 작업했다. 2016년 한국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리면서 동시에 뉴욕에서 현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낭독 공연을 진행했다. 낭독 공연을 본 토니상 수상 프로듀서 제프리 리처즈(Jeffrey Richards)와 연이 닿아 브로드웨이 공연을 준비해왔고, 지난해 10월 뉴욕 브로드웨이의 벨라스코 극장(Belasco Theater)에서 마침내 정식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공연은 1000석 규모의 대극장으로 옮기면서 무대와 배우 구성, 넘버 등에 변화를 줬다. 대신 서울과 제주를 배경으로 하고, 올리버의 옛 주인 제임스가 한국인으로 등장하는 등 한국 공연 설정을 그대로 살렸다. 영상에 사용하는 한국어 문구를 그대로 장면화하는가 하면, 중요한 소품인 화분을 한국어 발음대로 음차한 단어(Hwaboon)으로 사용하는 등 한국적인 요소를 곳곳에 담았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장면. (사진=NHN링크)
박 작가는 지난해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배경의 이야기를 미국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꿈이었다”며 “브로드웨이 공연 연출가가 한국과 다른 만큼 무대 구성은 변화가 있지만, 재즈 음악과 레코드플레이어, 반딧불 등이 등장하는 아날로그 정서는 그대로다”라고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공연과 한국 공연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브로드웨이 공연 또한 입소문을 타고 흥행 중이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로봇이 등장한다는 호기심 가는 설정, 여기에 한국적인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미국 관객 정서에 맞게 담백한 감성을 잘 담았다”고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 흥행 요인을 분석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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