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은 단순한 무덤 아닌 선사인들의 천문관측소”

김지은 기자 2025. 6. 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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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은 수천 년 전 하늘을 읽고 삶을 설계했던 선사인들의 천문과 철학이 담긴 복합 구조물입니다."

20여 년에 걸쳐 고인돌을 연구해온 지리학자 이병렬(55·사진) 박사는 8일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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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연구한 이병렬 박사
전국 3000여기 조사 분석
세계문화유산인 고창 죽림리 고인돌 유적.

“고인돌은 수천 년 전 하늘을 읽고 삶을 설계했던 선사인들의 천문과 철학이 담긴 복합 구조물입니다.”

20여 년에 걸쳐 고인돌을 연구해온 지리학자 이병렬(55·사진) 박사는 8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하늘의 길, 고인돌에 새기다’(홀리데이북스)를 출간하고, “고인돌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라 천문 관측과 제단의 용도로 쓰였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고인돌은 청동기시대(기원전 1500년∼기원전 400년)의 대표적인 무덤양식으로 전 세계에서 한반도에 가장 많이 분포돼 있다. 인천 강화, 전남 화순, 전북 고창의 고인돌 유적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전국적으로 3만 기 이상 분포돼 있으며, 440여 기가 있는 고창 죽림리 지역은 단일 구역으로는 가장 큰 군집을 이룬다.

“고창과 호남지방에 밀집된 것은 농경문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태양과 별의 움직임을 정확히 알아야 계절과 기후를 파악해 농사를 짓고, 기우제도 지낼 수 있잖아요. 고인돌은 이것을 다 반영하고 있어요. 또 한반도에 마을마다 놓여있는 것은 우두머리나 권력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다 천문을 보았다는 뜻입니다. 고조선 건국이념 ‘홍익인간’과 관련이 있지요.”

그는 대학원에서 지리학 논문을 쓰며 고인돌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공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고창에서 지역학을 연구하다 고인돌의 장축과 통로 방향, 고인돌 간의 관계, 고인돌군들의 배열 등에 대해 깊이 파고들게 됐다.

전국의 고인돌 3000여 기를 실측하며 조사하고, 위성지도와 드론 등을 활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춘분·추분, 하지·동지 같은 태양의 주요 절기, 그리고 별자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배치되었음을 알아냈다. 또한 주변 산봉우리, 고개 등 지리적 요소와도 긴밀히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고창 부곡리 증산을 중심으로 고인돌과 고인돌군은 북두칠성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어요. 월암리, 도산리, 만동, 동촌 고인돌군은 동서 약 10㎞ 구간에 걸쳐 춘분과 추분의 일출·일몰 방향으로 일렬로 정렬되어 있지요. 선사인들이 천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계획적으로 배치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고인돌은 무덤뿐 아니라 천문관측소이자 제단이라는 보다 확장된 관점을 제시하며 고인돌에 대한 다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인돌은 ‘지석묘(支石墓)’라고 불리는데, 받침돌이 없거나 무덤방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지석묘는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에 의해 정리된 개념으로, 이후 고인돌은 주로 무덤으로 해석돼 왔지요.”

그는 앞으로 고인돌과 금성·달과의 관계, 덮개돌에 새겨진 성혈(星穴·바위 구멍)들을 해석하는 일에 집중해 아직 풀지 못한 고인돌의 미스터리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계속 연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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