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기초단체 도입, 李정부서 ‘기사회생’?...시곗바늘은 이미 돌고 있다

박성우 기자 2025. 6. 9.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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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제주] ④ 행정체제 개편...공약 채택 기대감↑, 8월 주민투표 분수령
대한민국과 제주의 선택은 이재명이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제주 역시 정권 교체의 바람 속 일대 변혁을 마주하게 됐다.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새정부가 출범하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파를 전망이다. 제주 제2공항, 제주 신항만,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4.3의 완전한 해결, 미래산업 재편까지. [제주의소리]는 제주를 둘러싼 과제가 산적한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과 파급력을 분석하고, 주요 과제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의 최대 역점 과제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이재명 정부의 정책 공약으로 공식 채택되면서 다시금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물리적 기한과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순탄치 않은 여정을 예고한다.

기초자치단체를 다시 설치하는 내용의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과정은 다사다난했다.

민선8기 도정은 출범과 동시에 행정체제 개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별자치도 출범 시 고착된 단층제에서 벗어나 2026년 7월부터 새로운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숙의형 공론을 거쳐 현 제주시를 가칭 동제주시-서제주시로 나누는 방식의 모델을 고안했다.

다만, 도정의 결기와는 달리 정부는 미온적이었고 때로는 비협조적이었다. 행정체제 개편의 필수 전제조건 중 하나인 주민투표의 권한을 행정안전부가 쥐고 있었기 때문에 기껏 개편 모델까지 만들어놓고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당초 목표였던 2024년 연내 주민투표가 무산된 데 이어, 12.3내란 사태로 인해 관련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식물 부처'가 되며 제주엔 악재로 작용했다.

막다른 길에 몰린 제주도가 기대할 수 있었던 유일한 해법은 조기대선 공약 채택이었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있다면 관련 절차를 최대한 앞당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제주도는 '플랜B' 없이 2026년 7월 도입 목표를 고수하면서 사실상의 배수진을 쳤다.

결과적으로 제주도의 뚝심은 주효했다. 준비 없이 치러진 대선 초기만 해도 이재명 후보는 행정체제 개편을 제주 관련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선거 막바지 당 차원에서 발표한 '제21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과제가 공식 채택됐다.

전국적인 이슈에 묻혀 관련 내용은 짧은 두 줄에 그쳤지만, '지역주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라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통해 기존 행정시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라고 명시한 것은 제주도가 추진해 온 방향성과 정확히 일치했다.

전국적으로 '메가시티'로 불리는 광역화에 주력하면서도 제주에서 기초단체를 부활한다는 방침은 제주에 대한 '특별대우'로 해석될 소지가 충분하다.

또 민주당은 특별지방자치단체 활성화를 위한 사무 발굴 및 재정 지원 강화를 약속했다. 이는 광역사무와 기초사무를 지역 사정에 따라 배분하는 '제주형 사무 배분'과 궤를 같이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강화와 재정 확충 방향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정부의 의지가 모든 것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우선 물리적인 시간이 태부족하다는 점은 꾸준한 고민거리다.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해선 특별법 개정과 별도 법률 제정, 사무·재정·기구 배분, 청사 설계 등 수많은 절차를 1년도 되지 않는 기한 내 마쳐야 한다.

여기에 도의회 심의, 국무회의 및 국회 통과 절차까지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크다. 관련 일정이 삐걱대는 순간 후속조치를 담보할 수 없는 살얼음판인 셈이다.

주민투표 실시 시기와 결과 역시 주요 변수다. 그간 제주도는 '주민투표 생략' 가능성은 원천 배제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2006년 특별자치도 도입 당시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했기 때문에, 주민투표 없이 기초단체를 도입하는 것은 수용성 확보 차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나마 취임 첫 날부터 내각 인선 작업에 나선 이재명 대통령의 추진력을 감안하면 행정안전부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는 행안부와의 협의를 거쳐 아무리 늦어도 8월 안에는 주민투표가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개로 기초단체를 3개로 나누는 대안에 대한 적정성도 논의돼야 한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의 핵심은 3개 기초자치단체 설치이지만, 이재명 후보 캠프가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 보낸 정책답변서에 "세부적인 내용과 주민투표 방식은 도민 공감대가 선행돼야 할 필요가 있음"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3개 행정구역으로 나누는 안에 대한 도민의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는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의 입장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초단체 설치 자체에 대한 이견은 차치하더라도, 현행 2개 시 체제 유지와 3개 시 체제 도입 간의 선호도 차이도 존재한다.

실제 이번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은 '제주시를 둘로 쪼개는 것을 투표로 막아주세요', '동제주시·서제주시 분할을 저지해주세요'라고 적힌 투표 독려 현수막을 게시하며 행정체제 개편 부정 여론을 공략했다.

만약 주민투표에서 행정구역 개편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향후 행정체제 개편 논의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을 정책 공약으로 채택한 것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이는 제주도의 주민투표 추진에 힘을 실어줄 것이고, 행안부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목표대로 기초단체를 출범시킬 수 있을지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긴밀한 협력, 도민사회의 공감대 형성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