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이재명 정부가 잊지 말아야할 것

김유성 2025. 6. 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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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에는 개선장군을 조롱하거나 놀리는 일종의 '야자타임'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개선식 때 부하들이 익살스러운 구호를 외치는 방식으로, 승리의 영광을 누리는 장군이 교만해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의식이었다.

기원전 46년, 그가 기나긴 정복전쟁과 내전을 마치고 화려한 개선식을 치를 때, 그의 부하들이 외쳤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과 그의 취임 선서를 지켜보며 문득 카이사르의 개선식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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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고대 로마에는 개선장군을 조롱하거나 놀리는 일종의 ‘야자타임’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개선식 때 부하들이 익살스러운 구호를 외치는 방식으로, 승리의 영광을 누리는 장군이 교만해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의식이었다. 로마인들은 사람이 지나치게 오만해지면 신들의 미움을 받는다고 믿었다.

흥미로운 일화도 전해진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관련된 이야기다. 기원전 46년, 그가 기나긴 정복전쟁과 내전을 마치고 화려한 개선식을 치를 때, 그의 부하들이 외쳤다고 한다. “로마 시민이여, 대머리 난봉꾼이 나가신다.”

카이사르는 이 도발에 정색하며 항의했다. 평소 머리숱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터라 ‘대머리’라는 표현을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이 일로 부하 중 누군가가 처벌을 받았다는 기록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이데일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과 그의 취임 선서를 지켜보며 문득 카이사르의 개선식이 떠올랐다. 가난한 소년공에서 출발해 대한민국 권력의 최정점인 대통령 자리에 올랐고, 주요 정부 요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취임했다. 목숨까지 위협받은 피습 사건과 정치 생명이 흔들린 검찰 기소에도 굴하지 않고 버텨낸 그의 서사는 분명 주목할 만하다.

그가 남긴 삶의 여적에 ‘고통’이 배어 있어서일까. 그 기쁜 날에도 이 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웃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다. 인수위 없이 출범한 정부에 대한 부담감, ‘오만하면 안 된다’는 비장함이 얼굴에 드러난 듯했다.

실제로 그는 대통령 취임 직후 가장 먼저 국회 청소 노동자를 찾았고, 전통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인권변호사 시절 사회적 약자를 챙기던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혔다. 이후 대통령실 경제관련 수석비서관부터 임명한 것도 우선순위에 대한 분명한 자각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새 대통령의 이런 행보를 보며 다소 마음이 놓였던 것도 사실이다. ‘리더십 부재’에 대한 그간의 불안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새삼 느꼈다. 시장도 비슷하게 반응했다. 코스피는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했다. 모처럼 안정 국면에 접어든 분위기다.

다만 여전한 불안감 하나가 남아 있다. 이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이 행정과 입법의 주도권을 모두 쥐고 있다는 점이다. 사법에도 손을 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된다. 선거 기간 내내 그의 경쟁자들이 집중적으로 비판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방법은 단 하나다. 바로 ‘특권에 대한 제한적 해석’이다. 힘이 있어도 참고 절제할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기이자 강자의 자세다. 윤석열 정부가 몰락한 이유도 각종 특권과 법률을 자기편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남용한 데 있다.

이재명 대통령만큼은 자신의 약점을 덜어내기 위해 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약점은 보기에는 거슬릴 수 있지만, ‘더 잘해야 한다’는 발전적 동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수많은 위인들은 약점을 극복하며 위대해졌다. 이재명 정부가 훗날 “강력한 권한을 가졌지만 교만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한 마디 덧붙여 보겠다. 개선식 후 정적들에게 권력자 카이사르가 보인 태도에 대해서다. 그것은 바로 ‘관용’이었다. 그는 관용이야말로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낼 가장 효과적 수단이라는 것을 알았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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