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C, 원료곡 수급 못해 ‘발동동’…“내달 중순 재고 바닥”

이시내 기자 2025. 6. 9. 05: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생종 벼 수확 전 물량 부족
수확량 감소·도정수율 하락에
20만t 시장 격리로 재고 소진
수시 매입 민간RPC 어려움 커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이 원료곡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전남의 한 RPC로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이 원료곡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RPC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생종 벼 수확이 시작되는 8∼9월까지는 도정할 수 있는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 산지에서는 재고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선학 광주광역시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현재 소비 추세를 보면 6월초 기준 원료곡 2500t은 확보돼야 하는데 1000t가량만 남은 상황”이라며 “7월 중순이면 원료곡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해 소진 속도를 늦추려고 쌀값(정곡 20㎏ 기준)을 2000원 올린 4만8000원(저가미 기준) 수준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RPC 관계자도 “5월말로 원료곡을 모두 소진해 8월말까지는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산지유통업체 43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농경연의 설문에 ‘8월 이전에 2024년산 쌀 재고가 조기 소진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41.9%에 달했다. 이는 전년보다 9.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실제 농경연의 ‘6월 쌀 관측월보’에 따르면 4월말 기준 산지유통업체 쌀 재고량(정곡)은 71만2000t으로 전년(92만5000t)보다 21.3%, 평년(77만2000t)보다 6% 줄었다.

박한울 농경연 곡물관측팀장은 “이는 도정수율(벼에서 쌀로 도정했을 때 나오는 비율)을 72%로 환산해서 계산한 재고량이므로 현재 전국 평균 도정수율 69.4%를 놓고 계산하면 이보다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고 감소 속도도 빠르다. 2024년산 쌀의 경우 지난해 12월말 128만2000t에서 올해 4월말 71만2000t으로 44.5% 줄었다. 반면 2023년산은 같은 기간 142만4000t에서 92만5000t으로 35% 감소했다. 올해 재고 감소폭이 작년보다 9.5%포인트 더 크다는 뜻이다.

산지 관계자와 전문가의 분석을 종합하면 원료곡이 부족한 원인은 정부의 2024년산 쌀 20만t 시장격리, 지난해 벼멸구 여파로 인한 수확량 감소와 도정수율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게다가 최근 몇년간 손실이 쌓인 RPC들이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4년산 벼 매입량을 줄이고 보유 재고를 조기 처분하면서 재고 부족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김달욱 전남 강진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수확기에 연간 필요 물량을 매입하는 농협 RPC와 달리 연중 수시로 매입하는 민간 RPC들이 특히 더 원료곡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산지 벼값과 쌀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남지역 산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벼값(조곡 40㎏ 기준)은 5월초 6만3000∼6만4000원에서 5월말 6만8000∼6만9000원으로 올랐다. RPC에서 도매시장으로 나가는 쌀값(정곡 20㎏ 기준)도 5월초 4만5000∼4만6000원에서 5월말 4만7000원으로 벼값 상승폭엔 미치지 못하지만 조금씩 반등하고 있다.

전망은 엇갈린다.

양하수 영광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현재 벼 건조저장시설(DSC)도 재고가 거의 없는 상황으로 파악되는 만큼 원료곡 부족 문제가 조기에 해소될 것 같진 않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도 “벼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벼 재고를 보유한 유통업체에서 물량을 시장에 내놓을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김용경 전남 장흥 정남진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7∼8월은 통상 쌀 소비 비수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재고 부족이 당장 쌀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6월말이면 산지 유통업체들이 정부의 벼 매입자금을 갚아야 하는 시점이 돌아오기 때문에 벼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