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텃밭’ 꼬마농부 인기만점 … 운영은 ‘부담’
체계적 운영 안돼 일회성 그쳐
정부 지원으로 참여학교 늘려야

전북 전주동초등학교의 점심시간은 여느 학교와는 다른 풍경이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 옆으로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들을 관찰하느라 바쁜 꼬마농부들이 있어서다.
전주동초등학교는 2024년부터 5∼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60㎡(약 18평) 규모의 텃밭을 운영하고 있다. 전북농협본부가 전북도·전주시·도교육청과 함께 진행하는 ‘학교텃밭 지원사업(일명 스쿨팜)’의 일환이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텃밭에 와 본인이 심은 채소가 얼마나 자랐는지 쳐다보고 가는 것은 일상이 됐다. 6학년 박준규 학생(12)은 “2년째 텃밭 농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상추·고추·감자 등을 다양하게 키워 재밌다”면서 “내가 심은 채소가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서 식사 후 텃밭에 자주 온다”고 말했다.
텃밭은 모든 아이들의 관심거리다. 5학년 채민경 학생(11)은 “지난해 언니·오빠들이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수확해서 먹는 것을 보고 (나도) 꼭 해보고 싶었다”면서 “5학년이 돼 감자를 심게 됐는데 ‘감순이’라는 이름을 짓고 관찰일기를 쓴다”고 했다.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농작물을 직접 재배해볼 수 있는 ‘학교텃밭’의 인기가 높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2023년 학교텃밭 지원사업에 참여한 학생 4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9% 이상이 ‘재미있었다’고 응답했다. 향후에도 계속 참여하고 싶다는 답변은 90%나 나왔다.
무엇보다 학교텃밭 활동으로 농업·농촌의 다양한 가치를 자연스럽게 교육하는 효과가 컸다. 응답한 학생들의 87%가 먹거리(농산물)가 자라나는 과정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고 답했고, 스쿨팜 체험 후 우리 농산물을 더 많이 애용하겠다는 답변도 73%에 달했다. 농부 아저씨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는 학생들도 90%에 육박했다.이외에도 학생들의 학업·정서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학교텃밭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예산부족과 관련 전문가 부재가 큰 걸림돌이다. 게다가 교사 업무가 추가되고 휴일이나 방학 중 텃밭 관리도 어려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교사조차도 직접 농작물을 재배해본 적이 없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몇달에 걸쳐 작물을 관리해야 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학교텃밭이 전국 각지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진행 중인 학교텃밭은 통일된 운영체계가 없고 상당수는 일회성 사업에 그친다. 지자체 사업도 한 학교당 1∼2년만 지원한 뒤 끝나는 경우가 많아 연속성이 떨어진다.
반면 영국은 2001년부터 교육부가 나서 관련 조직을 구성하고 체계적인 교육체계를 구축했다. 민간단체·학회 등과도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아예 학교텃밭 지원기금을 모금해 신규 학교텃밭 조성을 유도하기도 한다. 미국도 농무부가 ‘팜 투 스쿨 프로젝트(Farm to School Project)’의 주관 부서로 예산 확보 및 지출 등을 담당한다.
※ 학교텃밭 지원 사업은
2013년 전북농협본부가 단독으로 전주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시작했다. 초등학생들이 농업의 역할을 단순한 농산물 생산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실정을 알고 학생들에게 자연스레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려주고자 뛰어든 것이다. 사업의 효과와 필요성에 공감한 전북도가 2014년부터 사업에 함께했고 현재는 전북농협본부, 도, 전주·익산·군산시, 전북도교육청 협력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 기관이 예산을 지원하고 농협이 행정지원을 담당하며, 65세 이상 농업인 출신으로 시니어 사업단을 조직해 텃밭을 관리하도록 해 학교의 부담을 줄였다.
주명자 전주동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하라고 하면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농협이 일반·예산 행정을 대행하고 시니어 사업단이 농작물 재배방법을 알려주는 데다 텃밭 관리까지 전담해줘 선생님들은 텃밭을 활용한 관련 교육을 준비하는 데만 전념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텃밭 운영의 걸림돌이 모두 사라지자 참여학교는 매년 늘어났다. 2013년 10개교에서 2015년 30개교, 2017년엔 40개교로 증가했다. 학교·학생·학부모 모두의 만족도가 높다보니 신청학교가 너무 많아 교육청이 심사를 통해 참여학교를 선발한다.
전주=윤슬기 기자 sg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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