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트럼프 스타일

최진주 2025. 6. 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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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제일 잘났고 강하다는 망상에 빠진 나르시시스트들은 이를 확인받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끊임없이 괴롭힌다.

이제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관세 협상뿐 아니라 주한미군 비용 분담, 국방비 증액 등 안보 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압박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의 독특한 스타일을 고려해 맞춤형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트럼프 스타일이 '재앙'이 되지 않도록 면밀히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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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함' 증명하려는 나르시시스트
만만하게 보여도, 정면대결도 불가
면밀한 분석으로 '국익 외교' 하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미국 뉴저지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에게 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신이 제일 잘났고 강하다는 망상에 빠진 나르시시스트들은 이를 확인받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업신여기고 끊임없이 괴롭힌다. 자존심만 높을 뿐 자존감은 낮기 때문에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에 집착한다. 어른의 몸 속엔 아직 미취학 아동 같은 유치한 마음이 들어 있다. 그런 사람이 거대한 권력을 쥐면 어떻게 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면 된다.

지난 4월 초 그는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선포하며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다. '해방의 날'이라고 명명한 그날, 재집권 후 가장 짜릿한 아드레날린 분비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동맹과 잠재적 적국을 가리지 않고 대포를 쏘아댄 대가는 컸다. 채권 시장의 동요에 겨우 며칠 만에 관세 발효를 90일 연기해야 했다. 이후에도 고율 관세 부과 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유예를 반복하면서 '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는 뜻의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란 굴욕적 별명까지 얻었다. "불안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트럼프를 움직이는 원동력이고, 이것이 바로 그의 약점"이라는 조카 메리 트럼프의 심리 분석이 떠오른다.

나르시시스트적 성격에서 나온 트럼프의 협상 전략은 단순하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황당한 요구를 먼저 던져 상대방을 당황시킨 뒤, 스스로 굽히고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베트남은 그렇게 했다. 미국이 46% 상호관세를 발표하자마자 "우리는 보복하지 않겠다"며 즉시 항복했다. 대미 관세 인하를 제안하고 중국발 우회수출 단속에 즉각 착수했다. 하지만 미국은 만족하지 않고, 베트남에 진출한 해외 기업이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조립 후 완제품을 수출하는 정상적인 글로벌 가치사슬마저 문제 삼고 있다. 트럼프에게 약자로 비치면 무엇을 내줘도 우습게 여겨진다.

중국은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에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트럼프는 처음엔 125%라는 살인적 관세까지 들고 나오며 강공을 폈지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이라는 카드를 꺼내자 당황했다. 트럼프가 애지중지하는 미국 자동차업계가 희토류 공급난에 직격탄을 맞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를 애걸하다시피 했다. 물론 이런 정면대결은 미국과 거의 대등한 강대국이면서 희토류 채굴부터 가공까지 독점하는 중국이나 가능한 일이다.

이제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관세 협상뿐 아니라 주한미군 비용 분담, 국방비 증액 등 안보 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한국이 중국처럼 맞설 힘은 없다 해도, 베트남처럼 만만하게 보여서도 안 된다. 트럼프의 독특한 스타일을 고려해 맞춤형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미 알려졌듯 트럼프는 골프광이고 화려한 선물에 약하며, 대통령직을 가족 비즈니스 확장에 적극 활용할 정도로 금전 욕심이 많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자신에게 직접적 이익이 없는 사안엔 금세 흥미를 잃는다. 한번 좋은 관계를 맺었다고 안심해서도 안 된다. 최측근이던 일론 머스크와의 관계 파탄이 이를 증명한다. 약자로 여기는 상대에겐 한 국가의 정상이라도 TV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며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려 든다. 정상회담 자리에서조차 가짜뉴스 영상을 당당하게 '증거'라며 내미는 그에게 진실은 중요치 않다.

트럼프 스타일이 '재앙'이 되지 않도록 면밀히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 새 정부가 이달부터 시작되는 다자외교무대를 적극 활용해 국익을 지키는 현명한 외교를 펼치길 기대한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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