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96] 용사상박(龍獅相搏)

조용헌 동양학자 2025. 6. 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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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있었던 콜로세움이 그 장소를 옮겨 이제는 미국에 있다. ‘미국의 콜로세움’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최고의 검투 경기는 용과 사자가 맞붙는 ‘용사상박(龍獅相搏)’이다. 지난해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다. 머스크와 어깨동무를 하며 브로맨스를 보여주고 있을 때 쓴 이 코너의 마지막 문구가 바로 용사상박이었다. 용은 누구인가? 일론 머스크이다. 사자는 트럼프가 된다. 콜로세움에서 드물게 보는 맞대결이 트럼프와 머스크의 싸움이다.

둘의 관계를 보면서 ‘음부경(陰符經)’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은생어해(恩生於害)와 해생어은(害生於恩)이다. 원수로부터 은혜가 나오고, 은인으로부터 척을 질 일이 생긴다는 뜻이다. 머스크는 신기(神氣)가 강한 캐릭터이고 트럼프는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행동을 하는 인물이다. 머스크의 신기는 맨땅에 헤딩해 3가지 사업을 성공시켰다. 전기차 테슬라, 로켓 사업, 그리고 트럼프 대선에 몇 억불을 베팅했던 사업이 그것이다. 누구도 시도하기 어려운 이 3가지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했다.

나는 추측건대 머스크의 그 신묘난측한 판단의 배후에는 신기가 작동하지 않았나 싶다. 머스크의 스타일이 직관적 신기라는 점에서 또 다른 무림의 고수인 워런 버핏과는 구사하는 무술이 다르다. 버핏은 철저한 분석과 데이터에 의한 가치 투자자다. 버핏은 정통 소림권이나 무당권(武當拳)을 구사하는 편이다. 머스크는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괴이한 패턴의 이종격투가인 것이다.

트럼프는 어떤가. 주지하다시피 관세전쟁은 그의 위험을 감수하고 저질러 버리는 스타일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길까? 용은 하늘도 날 수 있고 물속에도 들어갈 수 있다. 사자는 떼거리를 이끌고 조직적인 사냥을 할 수 있다.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는 없고 서로 상처를 입히면서 피를 흘릴 것으로 본다. 하지만 트럼프보다는 머스크 쪽이 좀 더 상처가 깊지 않을까 싶다. 데이터보다는 직관에서 유래한 행운은 3~4가지에서 그칠 수 있다. 정해진 총량이 있는 법이다. 계속되는 성공은 없다. 머스크는 자신이 이번 생애에서 쓸 수 있는 그 행운의 쿠폰을 80~90% 거의 썼다고 보여진다.

또 한 가지는 전공 분야다. 머스크는 매우 기발하고 창의적인 제조업에 그 주특기가 있다. 정치는 전공도 아니고 주특기도 아니다. 자신이 잘하는 제조업이 아닌 정치에 발을 디딘 것은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요식업에 성공한 사람이 자기 전공이 아닌 건설업에 뛰어들었다가 휘청거리는 사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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