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AI시대- 주재옥(편집부 차장대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챗GPT에 '지브리풍'을 입력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림이 단 몇 초 만에 출력되는 시대다.
미야자키는 2014년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은 후 "종이와 연필만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운이 좋은 마지막 세대"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애니메이션 최초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전체 장면을 손으로 그리고 채색한 후, 프레임별로 촬영하며 완성했다.
14만4000장 그림 중 8만장 이상을 수정한 뒤에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챗GPT에 ‘지브리풍’을 입력하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림이 단 몇 초 만에 출력되는 시대다. 미야자키는 2014년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은 후 “종이와 연필만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운이 좋은 마지막 세대”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 다큐에선 “애니메이션은 연필과 손으로 그려야 생명이 담긴다. 기계가 그린 것은 감정이 없는, 단순한 계산일 뿐”이라고 했다. 그에게 창작은 속도가 아닌 정체성이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3D 물결 속에서도 수작업 그림인 ‘셀애니메이션’ 기법을 고수했다. 애니메이션 최초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전체 장면을 손으로 그리고 채색한 후, 프레임별로 촬영하며 완성했다. 14만4000장 그림 중 8만장 이상을 수정한 뒤에야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오늘날 창작 환경과는 다르다. 고뇌는 컴퓨터가 연산할 수 없고, 윤리는 알고리즘으로 훈련되지 않는다. 미야자키의 헌신이 AI에 대한 대답으로 읽히는 이유다.
▼사람들은 앱을 통해 식당의 평점을 확인하고 메뉴를 숙고한 뒤 결정을 내린다. 입맛에 맞지 않는 식당에 갈 일은 거의 없다. 의도치 않게 새로운 식당을 발견했을 때, 기쁨을 느낄 일도 없다. 경험을 토대로 이뤄져야 할 모든 일에 안정적인 선택지는 넘쳐나지만, ‘새로움의 충격’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경험의 멸종〉을 쓴 크리스틴 로젠은 “경험의 멸종이 인간다운 삶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상은 더 이상 ‘겪는 것’이 아닌 ‘보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기술이 경험을 대체하는 시대, AI와의 공존이 당연해진 미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미야자키의 고민에 답이 보인다. “21세기는 불확실한 시대예요. 미래가 보이지 않아요. 요즘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인류와 문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요.” 인간 고유의 사유까지 AI에게 맡길 것인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렸다.
주재옥(편집부 차장대우)
Copyright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