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당신의 판단은 과연 '객관적' 일까?

김호 2025. 6. 8.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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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내린다. 커피를 고를 때, 뉴스를 읽을 때, 사람을 평가할 때조차 우리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믿음이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인지편향(Cognitive bias)'과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우리의 사고를 교묘히 조종하는 대표적인 왜곡 현상이다. 이 편향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정당화하고, 진실보다 믿고 싶은 것을 택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인지편향은 경험에 의한 비논리적 추론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인지심리학에서 확증 편향은 정보의 처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지 편향 가운데 하나다.

확증편향은 우리가 이미 믿고 있는 신념을 강화하기 위해, 그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찾고 받아들이는 심리적 경향을 말한다.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한다. 이는 특히 정치, 종교, 건강 등 신념이 강한 영역에서 자주 나타난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말이다.

가령, 한 사람이 특정 건강식품이 암을 예방한다고 믿고 있다면, 그는 인터넷에서 그 주장을 지지하는 기사나 블로그만을 찾아 읽고, 반박하는 논문이나 전문가 의견은 무시한다. 결국 그는 더욱 확신에 차게 되고, 실제로 그 식품의 효과가 없다는 과학적 증거조차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정치 성향에 따른 뉴스 소비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진보 성향의 사람은 진보 매체만 구독하고, 보수적인 뉴스는 편향됐다고 생각하며 회피하게 된다. 반대로 보수 성향의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런 확증편향은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키며,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보의 고립' 상태를 만들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인간관계에서 첫인상은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상대방의 생김새, 옷차림, 행동 등 시각적인 정보를 자신이 살아오면서 쌓였던 데이터와 비교하고 가치판단을 한다. 그 판단이 선입견이 돼버리고 상대방에 대해 더 알아보지 않거나 깊은 관계형성이 없다면 그대로 고정관념이 돼 버린다.

비논리적 추론으로 잘못 판단된 자신의 가치관이나 기존의 신념 혹은 판단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편향으로 가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셈이다.

확증편향의 오류는 화성 연쇄살인사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1986~1991년 사이 화성군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 중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윤 씨가 체포돼 유죄 선고를 받았다. 당시 좋지 않았던 여론과 청와대 등 정치권의 압박에 경찰은 강압적인 수사와 윤 씨의 자백에 의존하며 객관성은 무시했다. 과학적 증거가 부족함에도 "범인일 것"이라는 확증을 전제로 증거 해석이 이뤄진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2019년 DNA 분석을 통해 이춘재가 진범으로 확인되며 윤 씨는 20여 년 만에 이뤄진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인지편향과 확증편향이 결합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한 정치인이 기부를 많이 했다고 자랑하면서 동시에 논란이 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경우를 떠올려보자. 그는 기부라는 '도덕적 행동'을 통해 인지편향의 보호막을 두르고,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왜곡"이라며 확증편향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은 여전히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믿음을 유지한 채, 잘못된 행동을 고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는 리더, 언론인, 일반 시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문제다.

우리는 모두 어떤 방식으로든 편향에 빠져 살아간다. 그러나 편향을 자각하고, 그것을 의심하는 태도를 갖는 것만으로도 판단은 조금 더 정직해질 수 있다. 인지편향과 확증편향은 우리 스스로를 속이는 도구일 뿐 아니라, 타인을 불신하게 만드는 씨앗이기도 하다. 더 나은 사회와 공동체를 위해, 우리가 먼저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김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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