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관 1인당 특허 업무량 美3배...심사 지연에 年수조원 손실[하세월 특허심사]
특허심사 처리에 평생 16개월 걸려
‘패스트트랙’ 우선심사제도 취지 무색
등록 1건 지연될 때마다 3억원씩 손실
한국, 신기술 먼저 개발해도 눈뜨고 뺏길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세계가 치열한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미래와 명운이 달린 ‘국가전략기술’마저 특허심사 지연에 발목이 잡혀 있다.
특허청은 이차전지와 반도체, 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은 우선심사제를 적용해 빠른 심사를 추진중이다. 그러나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대한민국의 지식 재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국부(國富)’가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특허청과 대한변리사회 등 지식재산업계에 따르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심사 처리기간은 지난해 기준 평균 13.6개월이 소요됐다. 2020년 11.2개월에서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바이오 분야도 마찬가지여서 2020년 11.8개월 걸리던 것이 지난해에는 17.6개월까지 길어졌다.
‘패스트트랙’으로 만든 우선심사 신청 건수도 폭증하고 있다. 이차전지의 경우 2020년 976건이었던 우선심사 신청건수는 2023년 1833건으로 2배 가량 치솟았고 지난해에도 1731건을 기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리사는 “출원부터 등록까지 심사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 우선심사를 신청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심사 대상에 대해서는 OA를 2달 안에 내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넘기는 경우도 많다”며 “출원부터 등록까지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효과는 미미한 셈”이라고 우려했다.
기술탈취·법정분쟁 우려도 급증
가장 큰 이유는 ‘심사관 인력난’
담당 분야 넓어서 전문성 못키워
한 업계 관계자는 “우선심사 대상이 아닌 작은 기술 기업들의 고충이 더 커지고 있다”며 “이런 기업일 수록 특허 하나가 갖는 가치가 큰데, 제때 특허가 안나오면서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사업 자체가 휘청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식재산이 제때 인정받지 못하면 국가경제적 손실도 커진다. 특히 요즘처럼 AI 등 신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기에는 심사 연기에 따른 국부 손실이 막대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앞다퉈 신기술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먼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도 ‘재산’으로 인정받지 못해 눈뜨고 빼앗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의 특허청 심사관 1인당 처리 건수는 세계 1위다. 중국의 2배, 미국과 유럽과 비교하면 3배나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장 밀접하게 소통해야할 변리사들이 담당 심사관들과 통화하기도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변리사는 “특허 출원을 담당한 변리사와 심사관이 긴밀하게 소통해야 하는데, 지금은 격무에 시달리다보니 통화조차 힘든 경우들이 많다”면서 “이미 출원된 특허가 있는 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데, 여러 개를 동시에 심사하다보니 오래 시간을 투자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특허 무효율’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효율은 심판 또는 소송이 제기된 특허 중에 무효화된 특허의 비율을 뜻한다. 무효율이 높다는 것은 특허의 가치와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기술 탈취나 법적 분쟁이 야기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한국의 특허 무효율은 2023년 기준 44.4%다. 일본 11.5%, 미국 31.3%에 비해 크게 높다. 미국의 심사처리기간은 약 20.5개월으로, 한 분야를 오래 담당해온 심사관 1명이 오랫동안 특허 1개를 들여다보며 꼼꼼히 따진다. 일본은 타 국가에 비해 심사처리기간도 짧고 무효율도 낮다. 심사의 품질이 가장 높다는 해석이다.
한편 한국의 전체 특허출원 수는 연평균 2.1% 늘어나며 꾸준히 증가세다. 반도체·디스플레이와 바이오 분야도 연평균 출원이 각각 6.3%, 3.7% 늘었다. 어렵게 출원한 국가지식재산을 하나라도 더 지키려면, 국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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