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다시 시작!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다시 만날 뜻을 시사했다. 우리가 잘 지내는 것은 모두에게 큰 자산이고 이익이라면서 6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멈췄던 북미 대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러팅한 메시지를 띠우더라도 결국 칼자루는 김정은 위원장이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한반도 분위기는 2017, 2018년과는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11월에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이듬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남북관계는 해빙기를 맞고 북미관계의 선순환을 가져오면서 북미 싱가포르, 판문점 회동에 이어 2019년 1월 하노이 정상회담까지 3차례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남북미가 삼각 축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2인 3각으로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중계자 역할을 자임하고 남북 고위급회담 등 다방면의 인적 교류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음을 목도했다. 그로 인해 평창올림픽 참가와 도보다리 30여 분간의 독대로 4·27 판문점 선언에 이어 평양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숨 가쁜 평화의 분위기가 흘렀다.
당연히 2019년 1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모든 걸 걸고 하노이에 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영변 플러스 알파인 5가지 제재(원유공급 연 400만 배럴로 동결, 북한 원자재, 해산물 수출봉쇄, 해외 노동자 신규송출 금지 등) 해제를 요구했다. 선제적 합의사항이 아니었던 풍계리, 동창리 핵 미사일시험장과 실험장을 미국이 해제를 위한 사전 조치 내놓으면 선제적으로 없애겠다고도 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트럼프가 하노이에서 뻥 차버린 것이다.
지금의 김 위원장은 북한 인민들에게 또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수평적인 면에서 지금은 하노이 때보다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미국은 합의 못했던 하노이 딜은 물론 실질적이고 명확한 인센티브를 우선 제공하면서 좋은 관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남북관계는 이제 없다'고 했는데 이것으로 남북관계를 고착화 할 수 없기에 과거처럼 도보 다리든 능라도 경기장이든 평양으로부터 끄집어 낼 수 있는 전략적 구도를 물밑이나 비밀회담 등을 통해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의 김 위원장이 싼 값에 남북미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전략적 결단으로 2018년에 트럼프에 배팅하고 2025년에는 푸틴에 전략적으로 올인하면서 참전까지 단행한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때 북한에 푸틴은 없었고 오히려 우리를 도와주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북한의 든든한 뒷배에 러시아가 있다.
북한의 최종 목표가 북미수교 임을 감안한다면 김 위원장이 언제까지 트럼프의 화해 몸짓을 외면할 수 없다고 본다. 하노이에서의 모욕과 배신감을 뒤로 하고 북미대화에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 시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힘이 빠지기 전인 미국의 중간선거 이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미 간 직거래를 우리는 반대할 필요가 없다. 당장 시급한 것은 북-미 정상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의 위기를 막는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 활동을 중단시키고 핵 물질과 탄두를 줄여 나가면서 한국이 소외됨 없이 북-미 비핵화 협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긴밀하게 연계돼야 한다. 거기에 한중, 한러 관계의 전통적, 전략적 기능은 북경과 모스크바가 평양에 너무 가깝게 가지 않게 하면서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서울이 된다면 남북 간의 평화의 공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트럼프 2.0의 미국은 우리가 종전에 알아왔던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며 북미관계 안정화가 남북문제 개선임을 알고 슬기롭고 당당하게 앞으로 다가올 남북미 관계를 잘 헤쳐 나간다면 고르바초프가 동서독의 통일에 일정부분 기여했듯이 남북 평화를 위한 트럼프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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