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통화했으나 관세협상은 촉박…어떤 전략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통화를 하고 관세 협상에 대해 ‘조속한 합의’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유예시한인 7월8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는 등 시한은 촉박해지고 미국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도적 지연’이라는 오해를 피하면서도 협상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8일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조속하고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하면서도 협상 지연의 불가피성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협상 실무진의 인선, 전략 수립 등 물리적 시간 자체가 부족해 미국이 정한 관세 유예시한까지 협상 타결이 어렵고 미국 측에 연장 요청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실무적으로 책임지고 결정을 할 사람들의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 (7월에 협상을 타결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며 “성실하게 협의에 임하되 물리적으로 필요한 시간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의도적 지연’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는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현재는 미국 정부가 새 정부에 대해 의구심이나 불안을 가질 수 있다”며 “한·미 간 상호 우호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기에 주어진 환경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조선업 재건,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협력, 첨단 산업 투자 등 계획을 꼼꼼하고 현실성 있게 전달하면서 트럼프의 ‘체면’을 세워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성과 압박을 받는 트럼프 정부의 조급함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게 우호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 효력과 관련한) 미 국제무역법원의 판단을 각국이 기다리며 시간을 끌 수 있다고 보고 조급함을 보이는 것 같다”며 “적어도 한국은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미국도 양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6월 중·하순에 열릴 한·미 3차 기술협의에서 견해차가 크다면 그때 장관이나 대통령 급에서 시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환율과 방위비 등 협상 범위를 다양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별도 협상으로 풀어갈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 고문은 “통상협상의 외적인 부분은 따로 풀고 통상에 관한 부분은 그대로 패키지로 구성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경상수지 흑자라는 이유만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의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환율 문제는 (관세 협상과) 분리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환율은 못 건드리는 나라’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만, 오히려 환율 조작을 쉽게 할 수 있다는 오해를 풀 수 있다는 취지다.
미국과 우호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정책실장 등 한국 대표단은 지난 2~3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제4차 알래스카 지속가능한 에너지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지난 5일 귀국했다. 대표단은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을 듣고, 가스 매장량이나 약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 설치 등의 가능성을 개략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현장 시찰 결과를 정리해 새 정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오동욱 기자 5d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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