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은 무면허 운전자에게 치료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까?

박창범 2025. 6. 8. 17:0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창범 닥터To닥터]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제1항제1호에 따르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판결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은 의료과실로 인하여 초과 지불한 요양급여비는 물론 환자에게 지불한 본인부담상환액 환급금도 의료과실을 한 의사나 의료기관에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2025.4.3. 선고 2024다262197 판결). 그렇다면 무면허 운전과 같은 중과실과 연관된 교통사고로 인하여 국민건강보험이 의료기관에 지급한 요양급여비를 해당 환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환자 A는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로서 제주도의 산간지역에 위치한 도로에서 내린 눈이나 비가 얼어 미끄러운 곳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기상상황정보가 있었던 상태에서 오후 11시 15분경 운전면허 없이 제주도 산간지역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중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척추골절 및 척수손상이 발생하였고 이후 인근병원에 입원하여 치료하고 있는데 치료비는 모두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환자 A가 오토바이를 면허도 없이 운전한 것은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해당 요양급여비(진료비)를 모두 환자 A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였다. 이에 환자 A는 이와 같은 국민건강보험의 구상권청구는 부당하다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제1항제1호에 따르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그 원인이 있거나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무면허 운전과 같은 가입자의 중과실이 인정된 경우 해당 환자에게 모든 진료비를 부담시켜도 될지 여부이다.

법원은 국민건강보험은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이 목적으로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이기 때문에 가입자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에 전적으로 기인하거나 직접적이고도 주된 원인이 되어야 하는 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하면서 무면허운전은 범죄행위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해당 사건은 야간에 굽어있는 도로를 따라 주행하다가 미끄러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고, 사고를 직접 목격한 사람이나 운전상황을 촬영한 영상 등 사고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도 없기 때문에 사고가 무면허운전 행위에 전적으로 기인하였다거나 주된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무면허운전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12대 중과실에 해당되기는 하지만 교통사고특례법은 국민건강보험과 입법취지가 다르기 때문에 무면허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사고가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며, 해당 사고당시 환자 A가 중대한 과실을 일으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의 진료비환수청구를 취소하였다. (서울행정법원 2025.4.17 2024구합79491판결)

많은 사람들이 무면허운전은 12대 중과실이기 때문에 건강보험혜택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판결은 국민건강보험이 가입자의 보험급여를 제한하거나 구상권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을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위법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원인입증은 국민건강보험이 해야 한다. 즉, 교통사고특례법상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국민건강보험이 입증하지 못한다면 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료기관에 비하여 가입자에 대하여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이유는 아무리 중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고가 나서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줄어드는 근로소득은 물론 엄청난 치료비용을 모두 가입자인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은 건강보험재정의 고갈은 물론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의 모럴해저드를 일으킬 가능성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수사기관이 아닌 국민건강보험이 해당 사고가 환자의 중과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입증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