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드레퓌스를 잊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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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 당시 보불전쟁 패배에서 20년 이상 헤어나오지 못한 프랑스 군부는 국가주의를 내세우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다.
□ 프랑스는 꾸준히 부끄러운 과거를 잊지 않고 직시했다.
신문 1면에 드레퓌스 사건의 부당함을 알리는 서한('나는 고발한다')을 실었다가 영국으로 도피한 에밀 졸라의 유해는 1908년 팡테옹(위인들의 국립묘지)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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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프랑스 의회가 자국 현대사의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을 굳이 끄집어냈다. 2일 하원은 1894년 스파이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 받았던 알프레드 드레퓌스(1859~1935) 대위를 준장으로 추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드레퓌스 사건은 프랑스 군부가 전도유망한 유대인 포병장교 드레퓌스에게 독일 간첩 누명을 씌워, 형식적 재판을 거쳐 프랑스령 기아나의 ‘악마섬’으로 유배한 사건이다. 진범은 따로 있었다. 첩자를 잡아야 할 방첩대 소속 에스테라지 소령이었다.
□ 당시 보불전쟁 패배에서 20년 이상 헤어나오지 못한 프랑스 군부는 국가주의를 내세우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래서 간첩은 유대인이어야 했다. 드레퓌스를 반역자로 만들기 위해 증거 날조, 수사 방해, 재판부 압력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됐다. 아돌프 히틀러의 홀로코스트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유럽의 고질적 반유대주의를 보여준 대표 사례이자, 국민의 기본권 보호 책무를 진 국가기관이 나서 개인의 존엄성을 짓밟은 국가범죄의 표본이다.
□ 프랑스는 꾸준히 부끄러운 과거를 잊지 않고 직시했다. 1906년 재심에서 드레퓌스의 무죄를 확인했고, 그를 소령으로 복귀시켜 제1차 세계대전으로 보냈다. 신문 1면에 드레퓌스 사건의 부당함을 알리는 서한(‘나는 고발한다’)을 실었다가 영국으로 도피한 에밀 졸라의 유해는 1908년 팡테옹(위인들의 국립묘지)으로 돌아왔다. 졸라 고발 100주년인 1998년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국가의 잘못을 인정했다.
□ 이번 법안을 발의한 가브리엘 아탈 전 총리는 “반유대주의는 과거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바로 이게 우리가 국가범죄를 잊어선 안 될 이유다. 개인 범죄는 행위자를 잡아 가두면 재발하지 않지만, 국가범죄는 비슷한 정치사회적 요건이 갖춰지면 또 생길 수 있다. 정권이 바뀌고 공화국이 달라져도, 국가가 존재하는 한 반성하고 돌이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권력은 절제하지 못하고 폭력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국가 폭력의 진실을 밝히는 기구가 겨우 5년의 활동 기간을 끝으로 2,000여 건의 미제를 남기고 문 닫는 한국에서 곱씹어 봐야 할 국제뉴스다.

이영창 논설위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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