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보험의 흑역사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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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당분간 기업이 은행 대주주가 되기는 어려울 낍니다."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1963년 초 일본 도쿄에서 신한은행 창업주 이희건 명예회장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해방 이후 삼성은 재계 1위 기업이자 은행 여럿을 거느린 금융계의 '큰손'이었다.
흥업은행과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대주주가 삼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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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당분간 기업이 은행 대주주가 되기는 어려울 낍니다.”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1963년 초 일본 도쿄에서 신한은행 창업주 이희건 명예회장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해방 이후 삼성은 재계 1위 기업이자 은행 여럿을 거느린 금융계의 ‘큰손’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이 소유했던 은행 지분을 민간에 불하하며 이를 낙찰받은 까닭이다. 흥업은행과 상업은행(현 우리은행), 조흥은행(현 신한은행) 대주주가 삼성이었다.
재벌에 은행 지분 매각을 명령한 건 박정희 대통령이다. 돈이 귀하던 시기, 재벌이 남의 돈줄(예금자의 예금)을 움켜쥐고 자기 사업을 불리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이는 이후 정부가 금융을 틀어쥐는 관치로 이어졌다.
“은행 대신에 생명보험은 어떻습니까?” 박정희 대통령과는 대구사범학교 입시를 함께 준비한 룸메이트 사이였던 이희건 명예회장의 제안을 듣고 이병철 회장은 1963년 파산 위기에 놓인 동방생명을 인수했다. 현재의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일본 최대 보험사인 닛폰생명 등의 상품을 베낀 ‘유배당 보험 상품’을 1992년께까지 대거 팔았다. 닛폰생명은 주식회사가 아닌, 보험 계약자가 회사의 사원으로 소유와 경영에 참여하는 상호회사다. ㄱ이라는 계약자 돈으로 ㄴ이라는 주식을 사면 ‘ㄱ 소유’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돌려준다.
삼성은 달랐다. 계약자가 낸 보험료로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주식을 사서 차익 배당 대신 들고만 있다. 현재 삼성그룹의 ‘이물생전’(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이라는 핵심 지배구조 고리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삼성생명이 고객 돈을 가져다 5천억원대에 사들인 삼성전자 보통주(특별계정 제외)의 지분 가치는 현재 약 30조원 규모다.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사를 둘로 쪼갠다고 발표하자 삼성생명 주가가 폭등했다. 새 정부에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을 강제하는 제도 개선(보험업법 개정)이 이뤄지면, 삼성물산이 삼바의 분할회사 주식을 팔아 전자 주식을 사들이면서 삼성생명에 큰돈이 들어온다는 기대 때문이다. 새 정부나 여당이 해당 법 개정을 언급하거나 공약하지 않아도 시장에선 이런 예상이 넘쳐난다.
금융회사 고객 돈으로 총수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총수 이해관계에 따라 계열사를 붙이고 쪼갠다. 한국의 금융·자본 시장이 이렇게나 후졌다.
박종오 경제산업부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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