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국힘, 대대적 수사 앞두고 당권 경쟁 몰두

윤선영 2025. 6. 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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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개혁 과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6·3 대선 패배 후에도 자중지란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보수 진영이 궤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강도 높은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쓴소리가 제기되지만 자성보다는 당권 경쟁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 초까지 전당대회 개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 후보 교체 진상 규명과 합당한 책임 부과 △당심·민심 반영 절차 구축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을 골자로 한 2차 당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의 상처, 정권 재창출 실패의 과정 속에서 깊은 좌절과 당내 갈등 상황에 빠져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아니라 선출된 당대표 체제로 치르는 것 자체가 보수 재건과 지방선거 승리를 향한 당면 목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내 탄핵 찬성 세력과 탄핵 반대 세력 간의 갈등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자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하겠다"며 "앞으로 3년간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장에서 탄핵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이유로 서로를 적대시해 원색적으로 비난하거나 터무니없이 왜곡해 분란을 일으키는 행위를 해당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12·3 불법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당내 인사들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탄핵에 대한 찬반의 입장은 관용하되 당내 선출직 공직자들을 포함한 주요 당직자들이 지난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경우에는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엄중한 징계를 요청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제안한 개혁안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위원장을 제외하고 모두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고 신임 원내대표 선출일은 오는 16일로 예정돼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본인의 임기와 관련한 물음에 "저는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제 임기는 개혁 완수될 때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거듭 강조하지만 당을 살리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이 크다"며 "당을 살릴 수만 있다면 당헌·당규에 따라 제게 주어진 다양한 권한들을 검토하겠다"고 부연했다. 당 개혁과 전당대회 준비 등을 이유로 사실상 이달 말 이후까지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비대위 활동 기한은 전국위원회 의결로 1회에 한해 6개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임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의 개혁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새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김기현·나경원·김도읍·김성원 의원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당장 비대위 체제로 갈지, 전당대회를 개최할지부터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입장이 나뉜다. 친윤계는 그간 비대위 체제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민의힘은 9일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당 수습 방안을 계속해서 논의할 예정이지만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상황이다.

김무성 상임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의 기자회견 직후 "악조건 속에서 중심을 잘 지켜줬다"며 "정당민주주의 요체인 상향식 공천 제도, 당권·대권 분리 등 누구도 바꿀 수 없는 당헌·당규 개혁을 완수한 후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스케줄을 세워 당을 재건해 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고 전했다.김 상임고문은 "당이 말 그대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체질 개선에 협조하고 세대교체의 다리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반면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처음부터 (김문수 대선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간의 단일화를) '부당' 단일화로 규정한 것은 앞으로 있을 진상 규명 절차의 중립성을 의심케 하는 매우 잘못된 표현"이라며 "제가 사퇴한 것도 단일화 실패를 책임지는 차원에서 한 것이지 단일화의 불법 부당성을 인정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동훈 전 대표를 견제하는 친윤계의 지지를 얻고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대선 후보 최종 경선에 올랐던 김 전 장관과 한 전 대표의 '리턴 매치'가 이뤄질 수 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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