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국대 뽑을때 도별로 한명씩 넣나… 새정부 인사, 탕평·지역안배 지양해야"

김나인 2025. 6. 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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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정부 인사 시스템화하지 않으면 과거 실패 반복할것
국가채용원 신설해 공직·공공기관 인사 일원화해야
친한 사람, 가까운 사람, 편한 사람은 안쓰는게 좋아
'이 인사는 국민 위한 것'이라고 느낄 때가 좋은 인사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이 8일 서울 삼성동 '사람들연구소'에서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나인기자

"새 정부는 국민들에게 5년 후 대한민국을 약속해야 합니다. 정책은 목표가 있어야 하고 인사는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삼성전자 인사 총책임자를 거쳐 박근혜 정부의 인사혁신처장을 지낸 이근면(사진) 전 처장은 8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임된 권력은 5년이면 끝나지만 시스템은 영속한다"면서 "인사를 시스템화하지 않으면 과거의 실패가 반복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삼성 출신의 이 전 처장은 한국의 초대 인사혁신처장을 지낸 '인사통'으로, 정부의 인사 방향에 대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해온 전문가다. 그는 지금은 '행정의 시대'가 아니라 '경영의 시대'이며 피터 드러커식 '정부 경영론'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가채용원'을 신설해 공직과 공공기관 인사를 일원화하고 정무직 인사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 인사 시스템도 글로벌 기업과 같이 최고인사책임자(CHRO) 기능을 갖추고 유연한 조직 운영과 역량 기반 채용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를 운영하려면 경영 관점의 인사전략이 필요하다"며 "인사혁신처장으로 재직 당시 구축한 '국가 인재 데이터베이스(DB)'조차 아는 사람만 쓰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력보다 표면적인 균형 맞추기나 정치적 배려를 우선 기준으로 삼는 '탕평'과 '지역 안배' 중심의 인사 관행을 지양하고 '과감한 인사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용정부'를 표방하는 만큼 인사에서도 실용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가대표를 뽑는데 각 도에서 한 명씩 넣지 않듯 정부도 실력 중심의 객관적 시스템으로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인선에서 피해야 할 3가지로 친한 사람, 가까운 사람, 편한 사람은 안 쓰는 것이 좋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전 처장은 "이제는 단순히 훌륭한 사람을 어디든 배치하는 '적재적소'가 아니라 정확한 자리에 맞는 사람을 놓는 '적소적재' 개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패스트 팔로워' 시대를 넘어 선례를 만들 수 있는 '퍼스트 무버' 국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직 운영을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 과감히 키우고 유연하게 조정하는 경영적 정부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질병관리청장, 병무청장 등 기능 조직들은 정권 코드에 따라 임명되는 것이 아닌 전문성과 영속성을 갖춘 인재가 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무와 실행 기능을 명확히 구분하고 공무원의 역할을 바로 잡아줘야 한다"며 "결국 세계와 경쟁할 국가 대표가 되려면 실력 위주의 객관적인 인사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가 만사'인 시대, 좋은 인사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는 "국민이 '이 인사는 나를 위한 것'이라고 느낄 때 좋은 인사"라고 정의했다. 공정성과 투명성, 따뜻한 혁신이 공직사회를 움직이는 기준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DX) 시대에 공직 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상으로는 도구 활용력, 윤리적 책임성, 적확한 목표 지시 능력을 꼽았다.

이 전 처장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식의 절반이 쓸모없는 것으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인 '지식의 반감기'가 짧아지는 시점에서 공무원들의 평생교육과 자기 계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새 정부 대통령실의 실장과 수석 인선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처장은 "대통령실에 인사 참모가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단순한 실무 인사가 아닌 철학과 방향을 설계할 '인사 전략가'의 부재를 우려한 것. 그는 새 정부가 참고해야 할 이상적 모델로는 조선 시대 세종대왕과 인사 참모 허조(許稠)의 관계를 꼽았다. 허조는 세종 재위 기간 10여 년간 이조판서를 지낸 핵심 참모로, 세종이 기용하고자 한 인물에 대해 능력과 적합성 여부를 냉정하게 따졌다. 필요한 경우 쓴소리도 마다치 않았다. 세종은 이를 수용하고 국정 운영에 균형을 세웠다. 이 전 처장은 "대통령이 인사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를 설계하고 제도화할 전략가가 없으면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전 처장이 말하는 인사의 기준은 단순 능력이나 경력에 있지 않다. 인사는 결국 사람에 대한 '신뢰와 애정'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40여 년간 조직 인사를 다룬 그의 철학이다. 그는 이를 "스스로 깊이 믿고 성찰하며 신중하게 행동하는 '독신(篤信)의 자세'"라고 표현했다. 이 전 처장은 "인사를 추천한 이유가 정말 공적 판단인지, 사적인 안배인지 자문을 하지 않으면 인사는 쉽게 권력이 되고 위험이 된다"며 "좋은 인사는 정부를 신뢰하게 하는 것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처장은 새 정부가 출범 100일 내에 완수해야 할 과제로 '5년 로드맵 제시'를 꼽았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 강화 △ 안보 지형 변화에 대한 대비 △ 경제 성장과 기업 경쟁력 확보 △ 사회적 갈등 봉합과 안정성 강화 △ 30년 후 대한민국의 기틀 마련 등을 위해 5년 동안 일 할 로드맵을 최우선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중심으로 정부가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을 해야 중장기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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