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하이스쿨 히어로즈’, 폭력에 물들지 않으려면[봤다 OTT]

하경헌 기자 2025. 6. 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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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ONE:하이스쿨 히어로즈’ 포스터. 사진 웨이브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지난달 30일부터 공개된 오리지널 드라마 ‘ONE:하이스쿨 히어로즈’(이하 하이스쿨 히어로즈)에는 최근 웹툰의 학원물 그리고 이 같은 설정이 이어지는 2차 저작물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웹툰이나 웹소설이 10대에서 20대 초중반까지 주로 소화되는 ‘젊은 타깃’의 콘텐츠라 자연스럽게 이들의 경험이 중첩된 학원이나 판타지 설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학원물의 경우는 지금의 무한경쟁 정서의 파생물인 권력관계와 따돌림이나 괴롭힘 등의 부조리,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이를 폭력으로 돌파하는 인물들의 서사가 돋보인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ONE:하이스쿨 히어로즈’ 한 장면. 사진 웨이브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였던 ‘약한 영웅’ 시리즈, 지난해 공개된 ‘하이라키’, 티빙에서 선보인 ‘스터디그룹’과 디즈니플러스 ‘3인칭 복수’,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인 ‘참교육’ 등의 작품이 다 그러하다.

이러한 작품들은 학원에서 학생들의 싸움에 방점을 두고 있는데, 원래 공부에 담을 쌓은 인물들이 싸움에 나서면 극성이 떨어지기에 이런 작품에서는 주로 싸움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인물들이 싸움을 접하는 방식이 많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ONE:하이스쿨 히어로즈’ 한 장면. 사진 웨이브



‘약한 영웅’ 시리즈의 연시은(박지훈) 역시 조용히 공부만 하던 아웃사이더였으며, ‘스터디그룹’의 윤가민(황민현)은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능력이 싸움에 몰린 인물이었다. 그리고 ‘하이스쿨 히어로즈’의 김의겸(이정하) 역시 전 학교에서 전교 1등이었지만 억압적인 집안의 분위기를 싸움으로 분출하기 시작하며 폭력에 물들어간다.

‘하이스쿨 히어로즈’의 김의겸이 다른 유사 인물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싸움을 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려 애쓰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점점 폭력에 물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우연한 기회에 같은 반 일진과 싸우면서 싸움에 눈을 뜬 의겸은 1, 2, 3학년 싸움 일진을 모두 쓰러트리고 조력자인 강윤기(김도완)와 함께 복면을 쓰고 다른 학교 일진에게도 손을 댄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ONE:하이스쿨 히어로즈’ 한 장면. 사진 웨이브



이 과정에서 의겸은 싸울수록 내면에 있는 욕망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목격하며 점점 일상에서도 평정을 잃는다. 이는 이미 권위적인 아버지(김상호)의 통제를 넘어섰고, 함께 자경단 활동을 하는 윤기도 걱정하는 정도에 이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폭력에 점점 물들어가는 주인공과 비슷하게 시청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사실 ‘하이스쿨 히어로즈’는 점점 더 강한 적을 만나는 ‘배틀물’의 서사 이외에는 다른 서사를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싸움이 주를 이룬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ONE:하이스쿨 히어로즈’ 한 장면. 사진 웨이브



싸움이 왜 났는지, 이 싸움이 인물들을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고찰보다는 싸움 자체의 요령이나 쾌감, 더 강한 적을 쓰러트리는 데서 오는 희열이 극에서 느낄 수 있는 흥분의 본질이다. 이렇다 보니 시청자들 역시도 드라마에서 다른 요소보다는 타격이나 폭력에서 오는 쾌감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싸움의 묘사가 실감 나고, 그 캐릭터들의 실재감이 있어서 그런 이야기겠지만 싸움밖에 없는 학원드라마의 모습은 앙상하기만 하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무빙’을 통해 초능력자의 서사를 쌓은 신예 이정하가 점차 자신을 잃고 폭력에 물드는 김의겸의 모습을 실감 나게 그려냈다. 그의 모습이 더욱 실감이 났기에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폭력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지 모른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ONE:하이스쿨 히어로즈’ 한 장면. 사진 웨이브



폭력에 물드는 일은 김의겸의 주변 인물들도 경고하듯, 주인공에게 좋은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폭력에만 물드는 것은 ‘하이스쿨 히어로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다. 싸움에 관계없었던 주인공들이 싸움으로 내몰리는 세계관의 연속. 지금 학교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신호인 듯해 마냥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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