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ET시론]새 정부 출범, 성장 방정식의 작동을 위한 새로운 길 모색을 기대한다

2025. 6. 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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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빠르다, 복잡하다, 넓다, 그리고 예측이 어렵다.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정치적, 기술적, 환경적, 사회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변화의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새 정부가 출범했다. 특히 기술 발전 부분은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패권 경쟁과 맞물리면서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 사회·경제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 심화 등의 내부 과제를 안고, 정책과 시장 간 갈등, 승자독식의 기술 경쟁, 정치 양극화, 각자도생과 군비경쟁 등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과거 무수한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는 오징어, 가발에서 시작해 자동차 등 제조업, 반도체, 휴대폰 등 첨단 정보기술(IT) 분야까지 성장 동력을 발굴해 수출로 생존의 길을 찾았다. 그러나 당장 맞닥뜨린 위기 앞에서 수출의 힘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수출 산업의 경쟁력이 없어진 상태라고 발표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 비율이 최근 3~4년간 거의 0%라고 한다. 세계적 자문업체 매켄지의 밥 스턴펄스 회장 역시 언론사의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한국의 주력업종은 향후 수출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 정부와 산업 리더들이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성장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성장기에 들어선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통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나라 안팎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발굴하지 못하면 성장 정체가 발생할 것이고 내부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으므로 위기 대응을 통해 지속 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높아지는 사회적·경제적 갈등을 돌파하자면 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 체제를 바꿀 바탕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 미래에 대비한 산업 구조의 전환, 필요 역량의 확보, 정책적·제도적 시스템 구축 노력이 정체되고 있고, 혁신 주체들의 비전 공유와 선제 대응 노력이 미흡하다. 과거 한강의 기적과는 다른, 환경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맞춘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국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비전 설정과 도전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당면 과제는 우리나라 성장 방정식의 작동을 위해 산업 역량, 즉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자면 변화와 도전이 절실한 우리 사회를 위한 비전을 설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현재 당면한 위기와 기회에 우리가 어떠한 방식으로 대처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논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지표 중의 하나는 국가 경쟁력이다. 국가 경쟁력은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될 수 있으나 가장 보편적이고 대표성을 갖는 지표로 국내 총생산(GDP)을 꼽을 수 있다. 일정 기간 한 나라의 영토에서 생산된 부가가치를 모두 합친 것으로써 일반적으로 소비와 투자, 그리고 순수출을 합한 금액으로 표시된다. 이 규모를 결정짓는 요소는 한 국가의 산업 역량, 소프트파워, 인구수, 그리고 시장의 건전성과 정부 정책의 견고성 등이다. 여기에서 산업 역량은 한 국가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가는 자본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인 산업 경쟁력이다. 또, 소프트 파워는 한 국가가 가진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역량이다. 그리고 인구수는 생산 활동에서 생산요소 중 하나인 노동력을 제공하는 주체이기도 하면서 소비활동을 이끄는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국가의 GDP 수준을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인 변수다. 이러한 요소들에 의해 발생한 국가 경쟁력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정책과 시장 실패를 방지하는 국가 정책이다.

산업혁신 방향

다행스럽게도 이 가운데 소프트파워 영역은 세계가 열광하는 한류 문화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반면 인구수는 최근 출산율이 조금이나마 반등하고 있지만 다양하고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해 단기 반전이 쉽지 않다. 인구수는 GDP를 기준으로 볼 때 국가의 중요한 성장 요소이며 우리나라는 늘어나는 인구와 교육을 바탕으로 제조업을 중심의 전략산업에서 경쟁우위를 가지고 빠른 성장을 해왔으나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중국 등 경쟁국 기업들이 투자와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GDP 성장 방정식을 작동시키기 위해 확보되었다고 판단되는 변수인 주요 산업 경쟁력이 과거의 주요 산업을 둘러싼 경쟁력이라 점에서 우려가 있다. GDP의 성장을 위해서는 과거 산업이 아닌 미래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GDP 성장 방정식에서 독립 변수 군과 종속 변수를 연결하는 중요 파라미터는 총요소 생산성이다. 총요소 생산성은 여러 GDP 결정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GDP 생산에 이바지하는 정도를 의미하며, 총요소 생산성이 높으면 같은 수준의 독립변숫값에 대해서 높은 성과를 보인다. 총요소 생산성을 혁신하는 방법은 우리가 강점이 있는 산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다.

산업 구성의 재편을 위해서는 IT산업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아직 경쟁력이 남아 있고 내수 확대부터 수출 경쟁력까지 포괄할 수 있으며, 산업별 요소들을 상호 간 연계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IT산업을 기반으로 미래 산업 경쟁의 두 축인 인공지능(AI)과 로봇(robot) 산업을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탈 추격형 창의 혁신 산업을 열어나가야 한다. IT산업은 산업 융합의 기본 인프라로써 AI와 로봇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유연하며 확장 가능한 연결 솔루션을 제공한다. AI 산업은 지능을 통한 최적의 의사결정과 복잡한 문제해결은 물론 자동화·정확성·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로봇 산업은 생산성 증대의 기반으로서 AI의 물리적 기여를 실현한다. 이들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호 간 밀접한 연결이 필수적이다. AI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컴퓨팅 리소스와 즉각적인 응답성이 필요한데, 이는 IT산업의 안정적이고 강력하고 유연한 네트워킹 솔루션의 지원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또 AI 기술을 활용한 네트워크 가상기능·자원 관리, 네트워크 슬라이싱 자동화 및 서비스 품질 최적화가 가능해, AI는 향후 IT산업의 인프라가 되는 네트워크 발전에 매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로봇의 미래가 크게 협동 로봇을 거쳐 무인 로봇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협동 로봇은 기본적으로 IT산업 산업의 인프라가 되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로봇이다. 네트워크 기반 로봇은 현대 기술의 발전을 한층 더 높은 단계로 이끌고 있는데, 이는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미래 사회의 기반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효율성, 생산성, 안전성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는 네트워크 기반 로봇은 여러 산업과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AI 기술 발전에 따라 더욱 정교해지고 지능화될 것이다.

그런데 AI와 로봇 산업 모두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산업으로 승자독식의 특성이 있다. 이러한 산업에서 현재의 기술 경쟁을 통해 패권 경쟁을 하는 것은 한국의 현 상황으로 비추어 볼 때 적합하지 않다. 기술을 응용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능력이 뛰어난 우리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IT산업을 기반으로 산업별 최적화된 AI 활용을 의미하는 AX와 로봇 기술 적용 산업에서 선두 주자(first mover)가 되고, 이를 통해 얻은 경쟁력으로 AI 및 로봇 기술 경쟁에서 현재 기술 경쟁이 아닌 미래 기술 경쟁에 뛰어드는 퀀텀 점프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IT-AX-로봇의 강력한 연계는 모든 산업의 기반 산업으로서 우리나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진보를 융합해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우리는 위기 속에서 단련되며 국력을 키운 DNA가 있는 나라이다. 안팎의 난제들을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힘차게 풀어나가는 정책이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minsooshin@hanyang.ac.kr

〈필자〉고려대 통계학과,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과 석사를 거쳐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연구원, 선경경제연구소(현 SK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을 거쳐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로서 BIS(Business Intelligence & Strategy) Lab을 이끌고 있으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학회장을 역임했다. 공학과 경영학 분야 지식을 두루 갖춘 통신·디지털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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