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따위 날려버려”…대전 도심 물들인 ‘포용과 사랑’의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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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혐오 따윈 살지 않았다.
오색빛깔 무지개만이 신나고 발랄하게 대전역 뒤편 옛 철도관사촌 일대에 일렁거렸다.
지난 7일 제2회 대전퀴어문화축제(대전퀴퍼)가 '사랑이쥬-광장에 나와, 너'란 슬로건으로 대전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 앞길에서 열렸다.
올해도 축복기도와 축복식을 진행한 전남식 꿈이있는교회 담임목사(성서대전 대표)는 "우리가 물러나면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분들의 마음이 더 힘들지 않겠냐"며 "주저함 없이 당연히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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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엔 혐오 따윈 살지 않았다. 오색빛깔 무지개만이 신나고 발랄하게 대전역 뒤편 옛 철도관사촌 일대에 일렁거렸다. “겟업(get up) 겟업 겟업, 몇번 넘어져도. 믿었던 세상이 날 또다시 배신해도. 나나나난 절대 울지 않아 바보처럼~.” 디제잉 공연으로 그룹 투애니원(2NE1)의 ‘파이어(Fire)’가 퀴어축제장에 울려퍼지자 폴짝폴짝 춤추며 “내가 저 끝까지 데려갈게, 팔로우 팔로우 미!” 따라 부르는 이들의 떼창소리가 하늘로 솟구쳤다. 너와 내가 무엇이든 아랑곳없는 ‘포용과 평화’가 여름의 길목, 대전을 들썩이게 했다.

지난 7일 제2회 대전퀴어문화축제(대전퀴퍼)가 ‘사랑이쥬-광장에 나와, 너’란 슬로건으로 대전 동구 소제동 전통나래관 앞길에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전퀴퍼는 어떤 충돌 없이 평화롭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축제 행사장은 오전 11시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전 지역의 성소수자 모임과 시민사회단체, 진보 정당, 종교단체뿐 아니라 대구·광주의 퀴어문화축제 조직위도 부스행사에 참여해 참가자들과 소통했다. 오후 1시부터 진행된 기념식은 여러 연대발언과 공연으로 채워졌다. 기념식 모든 순서에는 수어 통역사가 함께했다.

올해 처음으로 대전퀴어축제를 찾은 박효성(가명·20대 후반·경기)씨는 “서울퀴퍼와 비교해 부스가 더 있어서 볼거리·즐길거리가 많은 느낌이다. 퀴어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인 것 같다”며 말했다. 박씨와 함께 온 연인 김시영(가명·20대 후반·경북)씨도 “퀴퍼는 처음인데 (나 자체로) 자연스럽게 있을 수 있어서 기분 좋다”고 수줍게 웃었다. 오전부터 대전퀴퍼를 찾은 권영국 전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참가자들 요청에 ‘네 컷 사진’을 찍은 뒤 “대선 때 대전시민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왔다”고 했다.



축제장 한쪽에선 ‘축복기도’가 이뤄졌다. 무지개색 긴 스카프를 두른 개신교 목사들이 ‘모든 사람은 신 앞에 평등합니다’라고 적힌 부스를 찾은 이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의 기도를 했다. 올해 기념식 중 ‘축복식’엔 개신교뿐 아니라 불교·원불교·성공회 등 성직자도 함께했다. 지난해 서울과 대전의 퀴어축제에서 축복식을 한 남재영 대전빈들교회공동체 목사는 그 일을 이유로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기도 했다. 올해도 축복기도와 축복식을 진행한 전남식 꿈이있는교회 담임목사(성서대전 대표)는 “우리가 물러나면 차별과 혐오로 고통받는 분들의 마음이 더 힘들지 않겠냐”며 “주저함 없이 당연히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발랄한 축제 분위기 한편엔 ‘고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공간도 있었다. 생전 “기갑이 돌파력으로 차별을 없애겠다”던 군복 차림의 그녀가 영정 속 느름한 모습으로 대전에 모인 친구들을 지켜주는 것만 같았다. 퀴퍼의 하이라이트인 행진은 오후 4시부터 진행됐다. 1500여명의 참가자들이 대전역에서 중앙로를 거쳐 대흥동까지 함께 걸었다. 대전 경찰은 경력 1000여명을 투입해 안전한 행사 진행을 도왔다.
음악과 함께 걷는 동안 “퀴어가 머시여? 퀴어가 워디써?” 묻는 선두차의 사회자 목소리가 도로에 쩌렁쩌렁 울렸다. 그 질문에 생채기를 낼 만한 ‘혐오와 미움’은 적어도 그곳엔 없었다. “사랑이 여기 있쥬!” 수천의 외침만 대전 원도심에 메아리쳤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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