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북적북적, 아기 새가 태어났어요 [임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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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아파트에서 사는 우리 부모님은 그동안 자식을 키워내기 위해 보일러 연통이나 가스 후드, 파이프, 건물에 뚫린 구멍 등 눈에 보이는 좁은 틈에 둥지를 만들어 번식을 했어요.
그러던 어느 해, 아파트탐조단 단장님이 쇠박새에게 맞는 인공새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고 우리를 위해 구멍이 작고 크기도 알맞은 인공새집을 달아주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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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아파트에서 사는 우리 부모님은 그동안 자식을 키워내기 위해 보일러 연통이나 가스 후드, 파이프, 건물에 뚫린 구멍 등 눈에 보이는 좁은 틈에 둥지를 만들어 번식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들이 많았지요. 참새 아줌마네는 봄에 보일러 연통 뚜껑이 떨어져 나간 집에 둥지를 틀고 있는데, 갑자기 뜨거운 열기가 나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얼른 뛰어나와 살펴봤대요. 꽃샘추위에 날이 추워지니 집주인이 보일러를 땐 모양이에요. 결국 그 둥지는 사용하지 못하고 다른 구멍을 찾았대요.
박새 아저씨네는 아파트 정원에 떨어진 파이프가 하나 있어서 거기에 둥지를 만들고 새끼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하루는 지나가던 어린아이가 둥지를 발견하고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겠다며 친구들을 불러왔대요. 그러고는 좁혀놨던 구멍 속 천을 활짝 열어젖히고는 벌레를 잡아와 새끼들에게 먹이려고 했대요. 다행히 우리 야생 조류를 잘 아는 탐조책방 선생님이 모르는 척해주는 게 가장 좋다고, 새끼는 부모 새가 제일 잘 키운다고 이야기를 해주어서 일단은 어린 친구들을 돌려보냈어요. 걱정이 된 한 친구는 한동안 그 앞에서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망을 서기도 했다고 해요. 어떨 때는 너무 큰 관심이 부담이 되기도 한다는 걸 꼭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파트에는 텃새인 박새, 곤줄박이, 참새를 위한 인공새집을 달아주는 귀인이 있어요. 그 덕분에 박새도 참새도, 곤줄박이도 모두 아파트 단지의 인공새집에서 새끼들을 잘 키워냈는데 우리 쇠박새는 좀 서운했어요. 우리가 쓰기에는 구멍이 너무 크고 둥지도 너무 컸거든요. 그러던 어느 해, 아파트탐조단 단장님이 쇠박새에게 맞는 인공새집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고 우리를 위해 구멍이 작고 크기도 알맞은 인공새집을 달아주기 시작했어요. 작년에 서울의 한 아파트에 단 인공새집에서 쇠박새 가족이 처음으로 새끼를 키워내는 데 성공했어요. 올해는 무려 5개 인공새집에서 쇠박새 새끼들이 태어났답니다.
저희 부모님도 올해 작은 인공새집 하나를 분양받아 4월1일부터 둥지 재료인 이끼를 물어 날라서 4월7일부터 하루에 하나씩 알을 낳기 시작했어요. 일곱 형제의 알을 낳고 4월14일부터 알을 품었죠. 우리가 알에서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2주 만인 4월27일이었어요. 우리의 보금자리는 커다랗고 멋진 느티나무에 달려 있어서 햇빛도 적당히 가려주었는데, 무엇보다 만족했던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애벌레가 많아서 밥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는 거예요!

태어난 지 20일 만인 5월17일, 드디어 인공새집을 떠나야 하는 날이 왔어요. 그동안 부모님이 잡아다 주는 벌레를 먹으며 편하게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엄마가 먹이를 둥지 안으로 가져오지 않고 자꾸 바깥에서 소리만 내시는 거예요. 배가 고프기는 했지만 감히 바깥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계속 나와서 먹으라고만 하셨어요. 첫째인 제가 결국 용기를 내서 구멍 바깥을 내다봤어요. 인공새집이 달려 있던 느티나무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컸고 내가 과연 날 수 있을까 무서웠지만 눈을 질끈 감고 날아올라 엄마 옆으로 갔어요. 휴! 날아보니 별거 아니었지만 심장이 벌렁거렸어요. 스스로 바깥세상에 나와 먹은 첫 번째 벌레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답니다.
엄마가 그러셨어요. 너도 이제 박새와 참새, 곤줄박이와 함께 이 아파트의 주민이 되었구나! 주위를 둘러보니 박새와 곤줄박이 친구들이 환영해주었어요. 인공새집을 달아준 사람 주민도 응원을 해주었죠. 고마워요, 인간 친구.
박임자 (탐조책방 대표)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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