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자식 태운 차량 바다에 빠뜨린 가장, 아내와 계획 범죄 정황

처자식을 차량에 태워 바다로 돌진, 이들을 사망케 한 40대 가장이 아내와 함께 범행을 미리 계획한 정황이 포착됐다.
7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처자식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지모(49)씨가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하기 직전 아내 김모(49)씨와 대화한 사실이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확인됐다.
또렷하진 않으나 블랙박스 상으로 두 사람 간에 대화가 오간 점을 미뤄 보아 경찰은 추락 직전 두 사람이 함께 수면제를 먹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이번 사건을 지씨의 단독 범행으로 짐작하기도 했으나, 부부가 범행 나흘 전인 지난달 28일 자택 인근 약국에서 수면제를 넣을 음료를 구매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아내 김씨도 범행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면제는 조울증을 앓던 아내가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씨 가족은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출발해 전남 무안의 한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진도를 거쳤다가 31일 오후 10시 30분께 목포 한 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당시 지씨 부부는 두 아들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마시게 한 뒤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으로 이동했고, 2시간 30여분 뒤인 1일 오전 1시 12분께 차량에 함께 탄 채 바다로 돌진했다.
그러나 지씨는 열려 있던 운전석·조수석 창문 틈으로 홀로 탈출해 뭍으로 나왔고, 서망항 쪽 도로로 올라와 공용화장실로 들어가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이후 지씨는 인근 야산에서 노숙한 뒤 2일 오후 3시 38분께 인근 상점 주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형에게 연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형은 지인 A씨에게 대신 차편을 부탁했고, 지씨는 오후 6시 18분께 A씨의 차를 얻어 타고 진도에서 광주로 향했다.
지씨는 추적에 나선 경찰에 의해 범행 44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9시 9분께 광주 서구 양동시장 인근 거리에서 체포됐다.
일용직 건설 근로자였던 지씨는 1억 6천만 원 상당의 채무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자 가족과 함께 생을 마감하려 했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에서 지씨는 "조울증을 앓던 아내를 돌보느라 직장생활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생계를 감당할 수 없었다"며 "추락 전 수면제를 먹었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니 무서워서 차에서 혼자 탈출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지씨 부부 앞으로 각각 1건의 건강보험만 가입됐을 뿐 가족의 생명보험 가입 내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아내가 차량 추락 전까지 생존했다는 사실을 토대로 시신 부검,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통해 아내의 공범 여부를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지씨의 도주를 도운 A씨는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