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중ㆍ혐한 누그러뜨리고 소란 없이 균형잡기[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양정대 2025. 6. 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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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은 한중관계의 분기점이었다.

1992년 수교 이래 제반 분야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한중관계는 제한적 교류와 소극적 협력으로 퇴보했고, 양국 모두에서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

한중 양국에서 혐중과 혐한이 득세하면서 한중관계는 무역과 외교안보 등의 측면에서 급격히 악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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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가 '화교 척결' 관련 문구를 들고 있다. 최주연 기자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은 한중관계의 분기점이었다. 1992년 수교 이래 제반 분야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해온 한중관계는 제한적 교류와 소극적 협력으로 퇴보했고, 양국 모두에서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 외교적으로는 여전히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이지만, 특히 윤석열 정부 3년을 거치며 사실상 적대에 준하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우리 사회에서 현재의 한중관계를 상징하는 단어는 사실상 ‘혐중’이다. 정치적 반대를 넘어 정서적 거부감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반중’보다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드 논란 당시 중국 정부의 한국 대중문화 제한(한한령)을 계기로 확산됐고, 시진핑 중국 지도부의 확장주의적 정책,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왜곡, 미세먼지 유입과 코로나19 논란 등으로 인화력이 커졌다.

혐중 기류는 특히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개입되면서 급격히 확산됐다. 일부 보수 정치권은 2018년 무역전쟁 이후 미중 갈등이 상시화하자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를 전제로 중국을 ‘악마화’했다. 북미관계 개선 실패,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등과 맞물리며 ‘미국=선 vs 중국=악’의 구도가 더 심화됐다. 문재인 정부의 한중관계 개선 노력은 내내 ‘반미’라는 비난이 내포된 ‘친중’으로 비판받았다.

12·3 내란 사태는 혐중의 해악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반헌법·불법적인 계엄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근저에 혐중이 자리 잡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심지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호인조차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아무런 근거 없이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을 정도다.

중국에서도 ‘혐한’은 심각하다. 사드 논란 당시 ‘뒤통수를 맞았다’는 피해의식이 관영매체들의 여론전과 맞물려 확산됐고, 경제성장의 수혜와 애국주의·중화민족주의의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의 배타적 자부심이 이를 내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친미·반중 노선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도 혐한 기류를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한중 양국에서 혐중과 혐한이 득세하면서 한중관계는 무역과 외교안보 등의 측면에서 급격히 악화했다. 특히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서 수출 의존도가 큰 우리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기술 격차 축소와 첨단산업 사이클링을 감안하더라도 현지 진출 기업들의 활동과 안정적인 무역관계 유지는 필수적이다. 또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를 얻지 못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포함한 한반도 리스크의 안정적 관리를 주도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표방했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발전시키되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한중·한러관계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미국통이면서도 북핵 협상대표와 러시아 대사를 역임한 외교안보 전문가다. 한반도 주변국 간 다자·양자외교를 활성화하고 이 과정에서 한반도 리스크 관리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이 대통령의 구상을 짐작할 만하다.

다만 이 대통령의 한중관계 개선 노력은 다소 더디더라도 국내 정치 상황 관리와 맞물려 진행돼야 한다. 대중 강경론이 우세한 제1야당이 적극 반대할 경우 정치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미중 갈등이 상수인 상황에서 한중관계 개선 노력이 ‘친중’ 논란으로 번지는 건 경계할 일이다.

양정대 선임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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