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여자’ 벗어던진 ‘아이들’의 남다른 보법
(시사저널=박세연 일간스포츠 기자)
데뷔 7년 만에 '여자(G)'를 떨쳐낸 그들은 '나(I)'의 시간을 지나 비로소 '우리(We)'가 됐다. 아이들이 돌아왔다. 이제는 옛 이름이 된, (여자)아이들((G)I-DLE) 말이다. 이들은 5월2일 데뷔 7주년을 맞아 '여자'를 뗀 아이들(i-dle)로 리브랜딩하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첫 결과물은 미니 8집 'We Are'다.

'아이들' 선언은 예정된 수순?
(여자)아이들의 '아이들' 선언은 어떤 의미에선 필연이자, 예정된 수순이었다. 애초에 이들은 기획 단계부터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 데뷔를 준비했지만, 전략적 차원에서 팀명에 (여자)가 붙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여자아이들'이라 하지 않고 늘 '아이들'이라 표현해 왔다. 팬들과의 라이브 소통에서도 "성공하면 'G'를 떼겠다"고 여러 차례 의지를 보여왔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6년간 존재감을 입증해온 이들은 지난해 '제1회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즈(2024 KGMA)' 그랜드 레코드상, '2024 멜론 뮤직 어워드(2024 MMA)' 올해의 레코드상 등을 수상하며 단순 아이돌 그룹을 넘어 셀프 프로듀싱 그룹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데뷔 7주년을 맞아 당당하게 아이들로 셀프 도약한 것이다.
소속사는 이번 리브랜딩의 의미를 이렇게 밝혔다. "'여자' 'G' 그리고 이를 감싸던 괄호까지 모두 덜어낸 것은 팀을 수식하거나 제한을 두는 언어적 장치를 덜어내고 본질만 남긴 것이다. 단순히 성별이나 기호로 구분되는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익숙한 관습을 해체하고자 하는 아이들만의 태도를 담고 있다." 이로써 아이들은 '여자' '젠더' 혹은 그 어떤 성별로 정의될 수 없는 그룹의 정체성을 재확립했다.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아이들의 리브랜딩은 누군가의 우상이 되는 '아이돌'을 넘어 그 자체의 '아티스트'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K팝 시장에서 대다수 그룹은 아티스트가 아닌 아이돌로 길러진다. 아이들 역시 데뷔 초부터 자신들이 아이돌(Idol)로 프레임돼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I'를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해왔다. 여성이라는 출발점에서 자아에 대한 질문을 비롯해 이 세상의 문제에 대해 꾸준히 탐구하고 음악으로 이를 보여줘 왔는데, 지난 7년간 성공적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회사와 재계약을 하면서 비로소 아이돌로 규정되는 시간은 끝났다. 이제 진짜 아티스트로서 설 수 있는 자율성을 좀 더 부여받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더욱 유의미한 지점은 이들이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통곡의 벽으로 불리는 '마의 7년'을 넘어서고 데뷔 때부터 함께한 현 소속사에서, 단 한 명의 멤버 이탈 없이 미연, 민니, 소연, 우기, 슈화 다섯 멤버가 함께한다는 점이다. 우여곡절을 딛고 일어서 성공 여정을 거쳐 재계약까지 성사시키며 더 끈끈한 팀워크를 갖게 된 이들은 'We Are'를 통해 음악적으로도 새 챕터를 열었다.
'We Are'는 지난해 발매된 미니 7집 '아이 스웨이' 이후 약 10개월 만의 신보다. 전작과 달라진 점은 아이들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첫 번째 장이라는 점. 앨범명도 나를 뜻하는 'I' 시리즈와 달리, 우리를 뜻하는 'We'를 내세운다. "우리들의 가장 빛나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앞서 (여자)아이들로서 선보여온 'I' 시리즈가 각 멤버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했다면, 'We Are'는 아이들이라는 새로운 출발점에 선 다섯 멤버가 더욱 단단한 하나의 팀으로 태어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개인으로서 '아이(i)'와 팀으로서의 '들(dle)'이 공존하며 멤버 개개인의 고유성과 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동시에 담는 게 중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김 평론가는 "7년 동안 서로를 보며 성장해온 이들이 재계약으로 팀을 이어가며 음악적으로도 변화를 시도하는데, 단적인 변화는 '나'에서 '우리'를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위'란 일차적으로 멤버들을 의미한다. 멤버들과 함께 끈끈하게 가면서 더 큰 '우리'를 형성해 나갈 텐데, 팬덤과 아티스트가 서로 소통하면서 하나의 공동체가 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음악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기대감, 음판 판매량으로 입증
2018년 5월2일 아이들의 데뷔를 알린 첫 앨범 'I AM'이 데뷔곡 《라타타》의 흥행은 물론, 각 멤버와 팀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주목받았고, 이후 발표한 미니 앨범 'I MADE' 'I TRUST' 'I BURN' 등을 통해 선보인 《한(一)》 《세뇨리따》 《우-오》 《오 마이 갓》 《덤디 덤디》 《화(火花)》 등도 콘셉추얼한 음악과 무대로 큰 사랑을 받았다.
꾸준히 계단식 성장을 이어온 이들은 2022년 변곡점을 맞았다. 정규 1집 'I NEVER DIE' 타이틀곡 《톰보이》와 미니 5집 'I LOVE'의 타이틀곡 《누드》가 연달아 히트한 데 이어 2023년 발표한 미니 6집 'I FEEL'의 타이틀곡 《퀸카》의 대성공으로 밀리언셀러 타이틀까지 얻었다.
지난해에는 두 번째 정규 앨범 '2' 타이틀곡 《슈퍼 레이디》로 국내외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으며, 수록곡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로 역주행 돌풍을 일으켰다. 또 미니 7집 'I SWAY' 타이틀곡 《클락션》으로 여름을 휩쓸며 '글로벌 음원 강자' 입지를 굳혔다.
데뷔 초중반 이들이 그 자신의 능력치를 대담하게 풀어낸, 자신감 돋보이는 풀파워 돌직구 스타일의 음악으로 승부했다면, 정규 2집부터는 상대적으로 다양한 구종으로 변화를 줬고 이 역시 기막히게 통하며 또 다른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새 타이틀곡 《굿 띵》은 목소리를 편집해 악기처럼 만든 보컬찹과 오토튠 사운드가 어우러져 신선함을 주는 동시에, 특유의 중독성 강한 맛이 돋보이는 곡이다. 그동안 아이들의 모든 타이틀곡을 작사, 작곡하고 프로듀싱해온 리더 소연이 이번에도 작업 전면에 나섰다.
민니, 우기, 미연의 자작곡도 실렸다. 미연은 《언스탑터블》, 민니는 《체인》, 우기는 《러브 티즈》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간 팀 내 세컨드 프로듀서로서 보석 같은 음악 세계를 보여줬던 우기를 비롯해 솔로 앨범으로 저마다의 색채를 드러낸 두 사람이 팀 작업 전면에 나서며 좀 더 다채로운 아이들 컬러를 보여줬다. 또 슈화는 작사에 처음 도전하며 싱어송라이터로 도약했다.
앨범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우선 음반 판매량으로 입증됐다. 이번 앨범은 초동(발매일 기준 일주일 음반 판매량) 106만3526장이 팔려 올해 앨범을 발매한 K팝 걸그룹 중 가장 많은 초동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이들은 2023년 발매한 미니 6집 'I FEEL'과 지난해 1월 발매한 정규 2집 '2', 지난해 7월 발매한 'I SWAY'에 이어 다시 한번 1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4연속 밀리언셀러 쾌거를 이뤘다. 여전히 건재하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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