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공존’으로 한반도 리스크 관리해야[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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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3년을 거치면서 남북관계는 파탄으로 치달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지만 2년 넘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지 않더니, 지난해 8월엔 '자유의 북진'을 소리 높여 외쳤다.
젊은층일수록 전쟁 위협 해소와 평화공존에 대한 지지가 더 높았다.
남북관계를 평화공존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하면 비공개 대북 특사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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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3년을 거치면서 남북관계는 파탄으로 치달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지만 2년 넘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지 않더니, 지난해 8월엔 ‘자유의 북진’을 소리 높여 외쳤다. ‘통일 독트린’이라고 자평했지만, ‘자유통일’ 조어를 공식화한 사실상의 흡수통일론이었다. 당사자인 북한의 반발과 외면은 당연했다.
북한도 제 갈 길만 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정권 붕괴 유도 및 흡수통일 전략으로 판단하며 남북을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더니 기존 남북 협력의 성과를 지워갔다. 북한은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에 주력했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까지 나왔다.
남북관계 정상화의 핵심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따른 ‘코리아 리스크’를 해소하는 데 있다. 해외 투자자들을 향한 적극적인 메시지이면서 동시에 남북 간 경제협력 자체가 우리에겐 블루오션의 확장일 수 있다. 논란이 없진 않지만 개성공단 활성화 당시만 봐도 분명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충돌 과정에서 정책적 자율성과 주도권을 확보하는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전의 민주진보계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남북관계 복원에 적극 나설 계획이지만, 단일 민족국가의 완성이라는 기존의 통일 개념을 중시할 경우 별다른 진전을 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 ‘통일’과 ‘평화공존’에 대한 평가와 가치판단이 달라졌다.
지난해 통일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의 필요성을 긍정한 답변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고, 통일을 해야 할 이유로는 ‘같은 민족’보다 ‘전쟁 위협 해소’를 꼽는 답변이 훨씬 많았다. 통일과 평화공존을 선택지로 제시했을 경우엔 각각 25.6%, 57.7%가 선호했다. 젊은층일수록 전쟁 위협 해소와 평화공존에 대한 지지가 더 높았다.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는 흡수통일이 전제될 가능성이 높은 통일 담론보다 평화공존을 중심으로 정책적 유연성을 넓혀그야 한다.

더욱이 북한은 이미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남북관계를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같은 민족끼리’의 당위에서 벗어난 것이자 국제법적으로는 남북관계에 대한 보다 분명하고 논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북한은 또 중국·러시아와의 개별적 양자관계에서도 자율성을 키우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그간 후순위였던 한러관계에도 적극적인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 간 직거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트럼프로선 대외정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재료로 북미관계를 택할 수 있다. 북한도 내년 당대회에서 새로운 국가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만큼 당장의 경제적 성과를 노리고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설 수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통일부 장관을 지낸 손꼽히는 대북 전문가로 남북 평화공존 정책의 출발 격인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설계자 중 한 명이다. 북한이 그의 기용을 긍정 평가할 수는 있지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굳히려는 노력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남북관계를 평화공존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필요하면 비공개 대북 특사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양정대 선임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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