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서 산화 호국형제, 넋으로 재회하다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위패’로만 남았던 강영만 하사
유해발굴로 형과 나란히 영면
허창호·창식 하사 유해 발굴 후
10년 지나서야 형제 관계 확인
직계 유가족, 유전자 검사 부족
전사자 유해 2.3%만 가족 찾아
짧게는 60년에서 길게는 70년이 넘게 걸렸다. 6·25전쟁 당시 산화한 형제들이 넋으로나마 재회하기까지 흐른 세월이다. 강산이 수차례 변할 동안 이름 모를 들꽃과 국토에 남아 있던 이들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발굴됐고 신원 확인을 거쳐 먼저 세상 떠난 형제의 곁에 영면했다.
2010년 10월 강원 양구군 백석산에서 발굴된 고(故) 이천우 이등중사(병장)는 2011년 형 고(故) 이만우 하사(상병) 옆에 안장됐다. 경북 청도 출신인 그는 1951년 9월25일 전사 전까지 1년여 서울 수복과 평양탈환작전 등에 투입됐다. 형 이만우 하사는 1950년 8월 입대 후 낙동강 전투 등을 겪었고, 이듬해 5월 봉일천 전투에서 전사해 국립서울현충원에 잠든 터였다.
고(故) 강영만 하사는 2014년 7월 강원 인제군에서 군번과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진 인식표와 발굴됐다. 그는 1951년 1월 중공군 공세 속에 자원입대해 같은 해 8월19일 장렬히 산화했다. 군의 유전자 검사와 신원 확인을 거쳐 1952년 전사 후 수습돼 국립서울현충원에 잠든 고(故) 강영안 이등상사(중사)의 형으로 밝혀졌다. 강영안 이등상사는 ‘위패’로만 남았던 강영만 하사의 유해 발굴로 형과 다시 만났다.
6·25전쟁에서 북한군과 싸우다가 전사한 고(故) 최상락 하사와 최임락 일병은 2023년 73년 만에 다시 만나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했다. 형인 최상락 하사는 1950년 8월 ‘영덕·포항전투’ 중 전사했고, 최임락 일병은 북한 함경남도에서 ‘장진호 전투’ 참전 중이던 1950년 12월 장렬히 숨을 거뒀다.
극적으로 만난 형제의 사연은 뭉클한 감동을 주지만 대다수 전사자 유해는 가족을 만나지 못한 게 현실이다. 6·25전쟁 세대 고령화와 직계 유가족 감소로 신원 확인 결정 단서인 유전자 검사가 부족한 탓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발굴된 우리나라 국군 전사자 유해는 총 1만1500여구이며, 이 중 2.3% 수준인 260여구만 가족을 찾았다. 1만1240여구 유해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만을 여전히 기다린다. 영구 보관이기는 하나 2000년 발굴된 유해조차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하니 재회는 난망하다.
군 당국은 2·3세대 가족의 적극적인 유전자 시료 채취 참여를 부탁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전사자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족의 적극적인 시료 채취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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