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동대문을 클릭해야 하는 이유 - 도매상권의 부활

김지은 기자 2025. 6.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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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나가 입은 저 바지 어디 거야?” 동대문 도매 상권이 SNS에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질풍노도의 시절, 서울 동대문 밀리오레는 쇼핑의 메카이자 패션의 성지였다. 중간고사가 끝나면 소중한 용돈을 들고 친구들과 함께 동대문시장으로 향했다. 하늘로 치솟은 큰 빌딩 안으로 들어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은 숍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고 아무리 봐도 그 작은 공간에 어떻게 그리 많은 옷이 진열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 구경하며 발품을 팔다 보면 어느덧 깜깜한 밤이 됐고, 내 손엔 몇 벌의 옷이 담긴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친구들은 동대문에서 흥정을 잘하면 옷을 저렴하게 구매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했지만, 앙칼진 셀러 언니들이 무서워서 시도도 못 했다. 그래도 부스럭거리는 비닐봉지를 양손 가득 들고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떡볶이와 어묵은 어떤 진수성찬보다 맛있었다. 

2000년대 들어 동대문에서 의류를 떼어다 파는 '스타일난다' 같은 온라인 쇼핑몰과 SPA 브랜드가 주목받고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동대문시장은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랬던 동대문시장이 요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걸 그룹 에스파 멤버 카리나가 동대문 브랜드 OOTJ의 데님 팬츠를 입고 쇼츠를 촬영해 화제를 모은 것. OOTJ는 컬러감이 독특한 데님 팬츠로 유명한데 이를 카리나가 착용하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고, 지난해 2월 서울 성북구에 자체 매장을 열며 B2C로 판매 경로를 확장했다. 또 다른 브랜드 온스는 지난 4월 서울 용산구에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온라인에서만 볼 수 있던 의상을 직접 입을 수 있는 기회라 관심을 모았다. 

잘파세대 겨냥한 동대문 

동대문이 다시 쇼핑의 메카가 되는 것일까? 도매택 브랜드의 등장은 디지털에 익숙하고 가성비 쇼핑을 추구하는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를 합친 신조어)의 구미를 제대로 자극했다. 도매택 브랜드는 SNS 마케팅을 통해 입소문을 탔는데, 저렴한 가격으로 트렌디하고 퀄리티 높은 의상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소구(소비자 구매 의욕) 포인트로 작용해 젊은 세대의 선택을 받았다. 

동대문의 도매택 브랜드들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해 팬덤을 형성했다. 도매상들이 '내추럴', '미니멀', '스트리트' 등 브랜드의 콘셉트를 정립하고 브랜드 네이밍과 로고 디자인을 만든 뒤 모델과 룩북을 촬영해 SNS를 소통 창구로 활용한 것. 한 예로 인기 도매택 브랜드인 베르가못, 프리티영띵 등은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7만~10만 명에 달한다. 

이후 B2B를 직접 공략했다. 도매택 브랜드는 소매상에게 룩북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대신 거래처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도매택 브랜드를 발견하면 지그재그나 에이블리 등에서 다시 검색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한다. 이 과정에서 소매상은 콘텐츠 제작 비용을 절감하면서 도매택 브랜드의 인지도를 활용해 소비자를 유인하고, 도매택 브랜드는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를 공고히 한다. 

CREDIT INFO

에디터 김지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앤유브라운·온스·런던플랏·OOTJ·베르가못·프리티영띵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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