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반한 ‘마늘 소시지’…의성 청년, 세계 육가공 무대 뒤흔들다
독일 IFFA 2025 품질경연 금메달 5관왕
박지원 대표 “정직한 고기, 손으로 익힌 기술로 승부”

"마늘 향은 유럽 시장에선 불리한 요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성 마늘이라면 다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2025년 5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육류산업 박람회 'IFFA 2025(International Fleisch Fach Ausstellung)'내 품질 경진대회 DFV Global Meat Product Awards 에서 경북 의성 출신 청년 창업가 박지원(35) 대표가 운영하는 수제 육가공 브랜드 '박가정'이 낯선 이름으로 트로피 수상자로 호명됐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를 동시에 수상하며, '의성마늘 샤퀴테리'라는 독창적 영역을 세계 무대에 각인시켰다.

3년마다 열리는 DFV Global Meat Product Awards 품질경진대회는 독일식육협회(DFV) 주관으로, 63개국에서 6만 3117명이 방문하고, 1019개 전시 업체가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27개국 250여 개 업체가 총 2500여 개 제품을 출품했으며, '의성마늘'을 주재료로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는 박 대표의 박가정이 유일했다.
대표 수상작은 '의성마늘 뉴른베르거'다.

박 대표는 "심사위원 중 한 명은 '의성마늘'이라는 이름을 애플망고처럼 특정 품종으로 착각했다"며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름'이라는 평가가 가장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마늘을 활용한 '복부어스트', '뉴른베르거', '학브라텐','약트부어스트', '훌라이쉬케제'등 5종을 출품해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수상했다.
여기에 마늘을 넣지 않은 '누스슁켄', '멧부어스트살라미', '굴라쉬'등 전통 유럽 레시피 기반 3종도 모두 금메달을 받았다.

이번 IFFA 출품을 앞두고 박 대표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식육가공학교(Fleischerschule Augsburg)에서 현지 마이스터(Robert Schedel, Thomas Szmatulewicz)의 지도를 받으며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연수를 받았고, 현지 마이스터들과 함께 직접 레시피를 조정하고 전 공정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고기 입자 사이에 미세한 공기층을 형성해 반죽의 조직감과 탄력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독자 기술 '에어쉘(Air-Shell) 공법'을 적용, 현재 국내 특허 출원 중이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한국은 속도, 독일은 디테일"이라며 "부위마다 근막손질·지방량까지 정교하게 관리하는 기술을 현장에서 체득했고, 이를 고스란히 제품에 담아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16년까지 5년간 군 복무를 마치고, 부모님이 운영하던 육류업 경험을 바탕 청년창업지원으로 아내와 손잡고 2020년 '박가정'을 창업했다.
브랜드명 '박가정'은 박 씨와 정 씨의 성을 조합한 것으로. '한 가정의 박가와 정가가 함께 정성을 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박가정은 IFFA 이후 의성 하나로마트와 로컬푸드 매장 입점을 준비 중이며, 이미 HACCP 인증은 완료한 상태다. 또한, 향후 백화점 입점, 생산라인 증설 계획 중이며, 온라인 자사몰과 SNS 기반 메타플랫폼 홍보도 병행하고 있다.

IFFA 참가 당시 한 마이스터는 "마늘을 주재료로 넣은 소시지에서 이런 부드러움이 나올 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박 대표는 "축산물의 경우 수출 제약은 있지만, 품질 인증은 국내 시장 확대에 충분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의성중앙상인회 부회장직도 맡은 박지원 대표의 말처럼, 한 지방의 농산물이 한 사람의 손끝에서 세계 식탁에 오르는 길은 분명 가능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정직함'이라는 '박가정'의 브랜드 철학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