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밤의 사투, 그들은 자유를 찾았을까 [비장의 무비]

김세윤 2025. 6. 7. 07:3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차별은 폐지되지 않았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친 검은 형제들이 블루스 음악을 즐기며 신나게 떠들고 마시는 하룻밤이다.

차별도 두려움도 없는 완벽한 자유의 시간이었다.

낮에 빼앗긴 흑인의 자유를 밤에 되찾는 음악이 블루스였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씨너스: 죄인들〉
감독: 라이언 쿠글러
출연: 마이클 B. 조던, 헤일리 스테인펠드

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차별은 폐지되지 않았다. 더 이상 노예가 아닌데도 폭력은 멈출 줄을 몰랐다. 북쪽은 다르다고 했다. 흑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린치당하는 일 없이, 뭘 해도 남부의 삶보다는 나을 거라고 들었다. 그래서 많은 흑인이 기차를 타고 북부로 떠났다.

흑인 대이동(Great Migration). 역사엔 그렇게 기록되었다. 영화 〈씨너스: 죄인들〉의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도 그때 미시시피 목화밭을 등졌을 것이다. 시카고 뒷골목 마피아 세계를 기웃댔을 것이다. 하지만 곧 대공황이 찾아왔고 ‘기회의 땅’ 북부에서조차 타고난 운명을 바꿀 기회는 쉽게 잡을 수 없었겠지. 그래서 고향에 돌아왔겠지. 마지막 한탕으로 챙긴 두둑한 돈가방과 함께.

그리하여 1932년 10월15일. 백인의 땅을 사들인 쌍둥이 형제(마이클 B. 조던)가 오직 흑인만 들어오는 술집을 오픈하는 이야기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친 검은 형제들이 블루스 음악을 즐기며 신나게 떠들고 마시는 하룻밤이다. 처음엔 모든 게 순조로웠다. 차별도 두려움도 없는 완벽한 자유의 시간이었다. 스모크와 스택의 사촌동생 새미(마일스 케이턴)의 기타 소리가 ‘겁나 험한 것’을 불러들이기 전까지는. 황혼에서 새벽까지, 쉴 새 없이 밀려드는 불청객에 맞서 사투를 벌이기 전까지는.

“솔직히 블루스는 제 취향 음악이 아니었어요. 그냥 늙은이들 음악, 백인들을 위한 음악이라고 생각했죠. 전 투팍의 힙합을 듣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 삼촌 제임스가 늘 블루스 음악을 듣고 계셨습니다. 오래전 미시시피에서 겪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마다 항상 블루스가 흐르고 있었죠. 삼촌이 떠난 뒤 혼자 블루스를 듣기 시작했어요. 왜 이런 음악을 그토록 좋아하셨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게 바로 이 영화의 시작이었습니다(라이언 쿠글러 감독).”

블루스를 알아가는 과정은 곧 흑인의 역사를 이해하는 여정. 낮에 빼앗긴 흑인의 자유를 밤에 되찾는 음악이 블루스였다. 백인이 들어올 수 없는 흑인만의 아지트가 그때도 있었다. 20세기 초 인종차별의 고통과 비극을 다룬 영화는 이전에도 많았으므로 〈크리드〉와 〈블랙 팬서〉의 감독 라이언 쿠글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주게 멋진 파티를 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번 해보기로 했다.

“목화밭에선 드러낼 수 없는 섹시함”과 “교회에선 숨겨야 했던 인간의 욕망”이 밤새 달아올라 결국 달빛 아래 붉은 피로 물드는 이야기. 음악영화로 시작해서 호러영화로 변주되다가 액션영화로 달려 나가며 마지막까지 온갖 장르가 짜릿하게 뒤엉키는 영화 〈씨너스: 죄인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뮤지컬 〈곡성〉’이자 ‘아메리칸 〈파묘〉’이면서 ‘탄환 대신 음악을 장전한 〈장고: 분노의 추적자〉’이기도 하다.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은 10년 전 장편 데뷔작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에서도 라이언 쿠글러는 백인 경찰에게 희생된 흑인 청년의 실제 이야기를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의 하루’가 ‘흑인의 매일’이라는 사실을 영화로 일깨웠다. 이번에도 영화에 담긴 시간은 단 하루. 그 하루에 사로잡혀 아직도 이 영화를 잊지 못하는 게 나의 매일이 되었다. 엔딩크레디트 끝까지 볼 것. 마지막 쿠키 영상까지 놓치지 말 것.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edito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