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기자가 만난 가장 인상 깊은 인터뷰이, '이재명 구단주'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5. 6. 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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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에서 시작된 ‘갓재명’…대통령이 된 그날을 떠올리며”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체육전문 기자로서 정치 이슈와 대통령 선거는 일반 독자와 마찬가지로 거리가 먼 분야지만, 이번엔 예외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의 '스포츠 구단주 출신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스포츠한국과 인터뷰했던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의 모습. ⓒ스포츠한국DB

성남FC 구단주로서의 첫 만남

이재명 대통령과 축구계의 인연은 성남FC 구단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성남시장 재임 당시 시민구단 성남FC의 구단주로서 활동했으며, 여느 시·도민 구단주와 달리 체육기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축구계 데뷔는 순탄치 않았다. 2014시즌 최종전에서 석연찮은 심판 판정으로 인해 성남FC의 성적이 좋지 못하자 SNS에 판정에 대해 항의하는 글을 써 프로축구연맹의 징계위원회에 회부됐기 때문. 이후 이재명 시장은 기자회견까지 열며 프로축구연맹과 맞서며 축구계와 날선 기싸움을 했다.

기자회견까지 열며 프로축구연맹과 맞선 그의 모습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의 대상이었고, 그것이 기자의 입장에서 본 이재명이라는 인물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기자 인생의 가장 인상 깊은 '인터뷰이'

2016년 2월, 기자는 당시 성남시장 이재명을 단독 인터뷰했다. 사전 통보된 25분의 제한된 시간, 그리고 그중 마지막 5분은 사진 촬영까지 포함돼 실질적 인터뷰 시간은 20분 남짓이었기에 사실 불쾌한 마음에서 시작했다.

기자들은 최대한 많은 시간을 인터뷰이(Interviewee)와 보내며 친밀감을 쌓고 자연스럽게 인터뷰 내용을 끌어내는 것을 선호한다. 길게 편하게 얘기하다보면 친분이 생기고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 자연스레 속에 있는 얘기도 나오는 것이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도 이재명 구단주는 정치인으로써 꽤 유망하고 주목받던 인물이었기에 인터뷰가 성사된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에 인터뷰 시간이 짧은 것으로 하소연할 수 없었다.

2016년 2월, 스포츠한국과 인터뷰했던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의 모습. ⓒ스포츠한국DB

그렇게 시작한 25분간의 인터뷰. 그러나 이게 웬일. 놀라웠다.

기자들은 소위 '제목(헤드라인)'으로 뽑힐만한 말들을 해주는 인터뷰이를 좋아한다. 반면 2시간을 해도 제목 하나 뽑기 힘든 인터뷰이도 있기 마련. 이재명 구단주는 전자였다.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답변이 헤드라인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명쾌하고 강렬했다. 질문은 8개 정도였지만, 각 답변마다 기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문장들이 줄줄이 나왔다.

단언컨대, 10년 넘는 기자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터뷰이였다.

지금 대통령이 되었다고 용비어천가를 하자는게 아니다. 고작 20분 인터뷰를 하면서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서 기자가 좋아할만한 제목을 몇 개나 만들어주는 능력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후 경기도지사를 거쳐 당대표, 대선주자를 거쳐 대통령까지 된 핵심 능력이 바로 이 인터뷰-언론 대응 능력이 아니었을까싶다.

'정치적 야망을 축구로 채웠다'

아무리 유망한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그래봤자 200개가 넘는 지방자치단체장 중 한명일뿐이었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하지만 그는 '축구'를 이용, 활용할 줄 알았다. 전국에 시도민 축구단은 많지만 이재명 시장처럼 축구단을 잘 활용한 이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없다. 이재명 시장이 성남FC를 잘 활용한 덕에 이후 많은 지차체장들이 축구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시작인 셈이다.

당시 이재명 구단주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야망을 축구로 채우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성남FC 운영을 정치적 자산으로 적극 활용했고, 실제로 축구팬들 사이에서 유행한 '갓재명'이라는 별칭도 여기서 처음 등장했다.

그는 "정치인이 축구단을 잘 운영해서 정치적 지지를 받는게 문제가 있느냐. 정치를 하면서 들어보지도 못했던 '갓(God, 신)재명'이라는 말을 축구팬들에게 처음 들었다. 이게 유행이 되니 정치, 행정적으로 잘하면 '갓재명'이라는 말이 이어지더라. 얼마나 축구에 고마운가"라며 '갓재명'이라는 말에 매우 흡족해하던 표정이 기억난다.

이후 시민구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성남FC 담당기자 축구대회를 열고, 직접 깜짝 골키퍼로 나서며 기자들과의 접점을 만들었다. 축구가 끝난 뒤 회식 자리에도 참석해 술잔을 돌리며 "성남FC에 관심 부탁한다"고 말하던 그의 표정이 아직도 선명하다. 2개월 전 인터뷰를 한 본 기자 역시 알아보며 '인터뷰 잘봤다'며 너스레를 떨었던 기억이 있다.

성남FC 구단주 시절, 수원FC와의 '깃발더비'를 만들기도 했던 이재명 대통령. ⓒ프로축구연맹

논란도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시절

물론, 이후 성남FC는 후원금 논란으로 정치적 이슈의 중심이 됐고, 체육면보다는 사회면에 더 많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시민구단으로 FA컵 우승을 달성한 것도, 팬들의 지지를 받아 팀이 전성기를 맞이했던 것도 이재명 구단주 시절이다.

현재 성남FC는 K리그2에서도 하위권 팀으로 자리잡고있지만, 그래서일까. 이재명 구단주 시절이 더욱 그리워하는 성남 팬들이다.

사상 첫 '스포츠 구단주 출신' 대통령. 본 기자 외에도 당시 이재명 구단주와 접촉했던 지금 10년차 이상의 체육 기자들이라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남다른 감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성남FC 구단주 시절 축구단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이재명 대통령. ⓒ프로축구연맹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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