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역에서 사당까지… 이색 공공 예식장 만드는 지자체들

김영우 기자 2025. 6. 7.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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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공공 예식장 인기에
옛 철길 버진로드로 만들고
정승 17명 배출 명당도 예식장으로
서울 동작구 사당동 동래 정씨 사당의 모습. /김영우 기자

오는 10월 서울 동작구 동래 정씨 사당(祠堂)에 공공 예식장이 생긴다. 동작구가 조선시대 정승(政丞) 17명을 배출한 동래 정씨 종친회와 손잡고 사당을 결혼식장으로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동작구에선 “영의정이 줄줄이 나오는 명당자리”로 통한다.

서울 노원구는 오는 9월 화랑대 철도공원을 예식장으로 개방한다. 과거 경춘선 화랑대역이 있던 곳이다. 당시 철로와 열차가 남아 있어 철도 애호가들 사이에선 꼭 들러야 할 ‘성지’ 중 한 곳이다.

“최근 커플들 사이에서 공공 예식장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색 예식장 찾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6일 동작구에 따르면, 사당동에 있는 동래 정씨 사당에 공공 예식장을 열기로 하고 이달 중 사업자 모집 공고를 낼 계획이다. 예식장이 들어서는 사당에는 조선 선조 때 좌의정을 지낸 정유길 등의 묘가 있다. 지금도 후손들이 1년에 1~2번씩 제사를 지낸다.

동작구는 지난해 종친회와 협약을 체결하고 사당을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구가 묘역을 관리하는 조건이다. 가끔 백일장, 버스킹(거리 공연) 등 행사가 열린다.

동작구 관계자는 “예로부터 이 주변은 풍수지리상 길지로 유명하다”며 “여기에 묏자리를 쓰면 자손이 벌떼처럼 번창하고 재물이 쌓인다는 설화도 있어 ‘벌명당’이라고 불린다”고 했다.

사당 안에 있는 상덕재 한옥 앞마당을 야외 결혼식장으로 꾸민다. 동작구 관계자는 “자손이 번창할 수 있는 명당자리에서 하객 50여 명 규모의 ‘스몰웨딩’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올가을 공공 예식장으로 개방되는 서울 노원구 공릉동 화랑대 철도공원. /노원구

노원구는 9월부터 공릉동 화랑대 철도공원을 공공 예식장으로 개방한다.

화랑대 철도공원은 과거 경춘선 화랑대역이 있던 자리에 2017년 개장했다. 화랑대역은 기차 박물관이 됐다. 당시 선로와 무궁화호 열차 등이 남아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공원 광장과 선로 등을 하객 50~100명이 참석할 수 있는 야외 결혼식장으로 꾸밀 계획”이라며 “선로를 ‘버진 로드(신랑·신부가 행진하는 무대)’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북 상주시는 2022년 지역의 관광 명소인 ‘태평성대 경상 감영 공원’을 예식장으로 개방했다. 경상 감영은 조선시대 경상도 관찰사가 근무하던 관청이다. 조선시대에는 상주에 경상도 감영이 있었다. 상주시가 옛 영광을 재현하자는 취지로 2020년 복원했다. 상주시 관계자는 “태평루, 청유당 등 전통 한옥이 아름다워 사진 찍기 좋은 예식장으로 인기가 높다”며 “전국에서 하객이 몰려와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도 보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2023년부터 공원, 미술관, 한옥 등 공공시설 25곳을 예식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대관료는 무료이고 결혼 장려금도 100만원 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요즘엔 남들과 다른 장소에서 결혼하고 싶어 하는 커플이 많다”며 “성북구의 한옥인 예향재는 내년까지 예약이 꽉 찰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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