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전쟁이 오키나와에 남긴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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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장수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손꼽히는 일본 오키나와.
그런데 언제부턴가 오키나와엔 '비만율 1위 지역'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붙기 시작했다.
"걷지 않는 오키나와인" "가끔은 걸읍시다!"라는 슬로건이 나올 정도로 비만 문제가 지역 사회의 큰 고민거리가 됐다.
같은 일본 사람들마저도 오키나와를 마치 일본이 아닌 듯 대하는 시선, 미국도 일본도 아닌 이질적 세계에 살면서 표류하는 듯한 이들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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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언제부턴가 오키나와엔 ‘비만율 1위 지역’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붙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엔 지역에 얽힌 슬픈 역사가 있다. 오랜 기간 평화로운 류큐 왕국을 건설해 일본 본토 지역과는 다른 독자 생태계를 구축했던 이곳은 20세기 일본에 강제 편입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파괴적인 지상전의 무대가 됐다가 전후 미군 주둔지도 됐다. 근대에 접어들며 전쟁의 상흔이 짙게 남은 땅으로 바뀐 셈이다.
미군이 주둔한 지 70년이 지나면서 오키나와 사람들의 식습관도 달라졌다. “걷지 않는 오키나와인” “가끔은 걸읍시다!”라는 슬로건이 나올 정도로 비만 문제가 지역 사회의 큰 고민거리가 됐다.
신간은 오키나와 출신의 그래픽 노블 작가가 이 같은 역사에서 비롯된 ‘진짜 오키나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기존에 발표됐던 ‘모래의 검’과 ‘마부이’라는 작품 두 편을 한 데 묶어 출간했다. 오카나와에 사는 평범한 주인공들의 감성엔 전쟁에 대한 공포가 짙게 묻어 있다. 외세의 물결로 돌이킬 수 없게 된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맘속 깊숙한 곳에 깔린 식민주의의 아픔도 담겼다.
다큐멘터리를 보듯 작가의 그림체와 주인공들이 전하는 전쟁 이야기들은 사실적이면서도 담담하다. 같은 일본 사람들마저도 오키나와를 마치 일본이 아닌 듯 대하는 시선, 미국도 일본도 아닌 이질적 세계에 살면서 표류하는 듯한 이들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 않다. 나라를 잃거나 전쟁의 아픔을 겪었던 우리의 역사도 떠오르고,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핍박받는 이들의 모습도 떠오른다.
외신들은 신간을 그래픽 노블의 명작으로 꼽히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에 비견했다. 한국 독자들에겐 금빛 모래, 에메랄드빛 바다 이면에 드리운 오키나와의 애잔한 상처를 비추는 책이 될 것 같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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