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 폐위의 내막에 언니 잃은 소녀가 있다[정보라의 이 책 환상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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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군 12년, 서기 1506년 독재자의 폭정은 극에 달한다.
왕은 백성들의 집과 땅을 빼앗아 자신의 사냥터를 만들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모두 죽인다.
세간에는 '무명화'라는 이름의 의적이 나타나 왕의 권력에 빌붙어 백성들을 탄압하는 권문세가 양반들을 하나씩 암살한다.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독살을 의심하지만 여기에는 추악한 비밀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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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폭정에 저항한다. 세간에는 ‘무명화’라는 이름의 의적이 나타나 왕의 권력에 빌붙어 백성들을 탄압하는 권문세가 양반들을 하나씩 암살한다. 그리고 궁 안에서는 연산군의 큰어머니 승평부부인이 수상쩍은 정황 속에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내막을 아는 사람들은 독살을 의심하지만 여기에는 추악한 비밀이 숨어 있다. 이슬은 언니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반정을 도모하는 왕의 동생 대현과 만나게 된다. 줄거리는 1인칭 화자인 이슬의 관점과 대현의 관점을 번갈아 보여주며 중종반정을 향해 박진감 있게 달려간다.

물론 청소년 여성 주인공이 혼자서 중종반정을 성공시킬 수는 없다. 주막 주인 율, 그를 돕는 ‘원식 삼촌’, 광대 영호, 과부 오덕 등 다양한 서민들의 사연이 등장한다. 율은 이슬과 마찬가지로 폭군인 왕에게 가족을 잃고 혼자 남아 주막을 운영하게 된 이야기를 밝은 목소리로 명랑하게 들려준다. 과부 오덕은 무명화가 살해한 귀족 도령 옆에서 상황을 목격한 하인의 아내다. 무명화는 목격자인 하인까지 살해하여 오덕은 남편을 잃는다. 이슬이 그 말을 듣고 오덕을 위로하려 하자 오덕은 폭력적이고 잔인했던 남편에게서 해방될 수 있어 ‘오히려 범인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등장인물의 사연은 이렇게 짧으면서도 선명하고 묵직하게 소개된다. 누구 하나 복잡하지 않은 삶이 없음을 작가는 단 한 번의 대화에서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일반적인 한국 역사소설과는 조금 다른 대사들도 등장한다. 율은 배고팠던 어린 시절에 인동초 꽃을 따서 꿀을 빨아 먹었던 이야기를 이슬에게 들려주며 말한다.
“약간의 달콤함이 영혼에 기쁨을 주기도 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에서 이런 표현은 언뜻 이질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16세기 초 조선에서 주막을 운영했던 서민이 어떤 일에서 ‘영혼의 기쁨’을 느꼈을지 당대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신분 낮은 사람, 권세도 재물도 없는 사람, 그리고 여성의 삶이 상세하게 기록되지 않았던 시대는 역사적으로 아주 길었다. 작가는 기록에 남을 수 없었던 사람들 사이의 자매애, 우정, 사회의 주변으로 밀려난 민중이 국가 폭력에 저항하는 연대의 모습을 섬세하게 상상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끝에는 달콤한 로맨스와 해피엔딩이 있다. 청소년 여성이 주인공이지만, 작품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의 내막이나 전체 분량을 생각하면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성인 독자도 흥미롭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정보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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