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공기 중 다량 검출…분리배출 이전에 쓰레기 자체 줄여야”

허정연 2025. 6. 7.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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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컵받침을 들어 보이고 있다. 최영재 기자
유엔환경계획(UNEP)이 환경부와 공동 주최한 ‘세계 환경의 날’ 기념행사가 지난 4∼5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렸다. 국제사회가 지구 환경 보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로 1972년 제정한 환경의 날 행사가 한국에서 열린 건 1997년 이후 28년 만으로, 제주도는 2022년 전국 최초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도입하는 등 플라스틱 줄이기에 앞장서 왔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특히 UNEP는 올해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제1의 화두로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2018년과 2023년에 이어 또다시 플라스틱 퇴치를 최대 이슈로 삼은 건 플라스틱이 지구촌 환경에 끼치는 해악이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판단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국민 1인당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90㎏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호주에 이어 2위를 차지할 정도다.

이에 대해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UNEP가 플라스틱 문제에 집중하는 건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란 방증”이라며 “우리나라도 일상의 공기 중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검출될 정도로 이미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쓰레기 박사’로 알려진 홍 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에서 활동한 데 이어 현재 서울환경연합 쓰레기위원장을 맡고 있는 환경 전문가로 한국 사회에서 쓰레기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부터 20년 넘게 이 분야에 천착해 왔다.

Q :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한 까닭은.
A : “무엇보다 배달 음식 문화가 확산된 탓이 크다. 국내 배달 앱이 등장한 뒤 배달 음식 시장이 매년 두 배씩 성장한 것과 비례해 플라스틱 쓰레기도 해마다 30%씩 급증했다. 한때 일회용품 사용량을 억제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이런 목소리마저 퇴색하는 모습이다.”

Q : 우리나라의 경우 폐플라스틱 발생량 증가 못지않게 재활용률 또한 높은데.
A :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된 뒤 올해로 30년을 맞았다. 그 결과 분리배출이 일상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시스템을 구축한 게 사실이다. 재활용품은 공짜로 배출하고 종량제 쓰레기는 버린 만큼 돈을 내게 하는 게 얼핏 보면 합리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활용이 된다는 이유로 공짜로 계속 버릴 수 있게 하면 굳이 쓰레기를 줄여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까. 재활용 쓰레기 발생량이 늘수록 지자체 재정 부담은 커지고 수집·선별과 재활용 과정에서도 오염물질은 끊임없이 배출될 수밖에 없다. 재활용된다 해도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임을 잊어선 안 되는 이유다.”

Q :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A : “분리배출 이전에 쓰레기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자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2003년 도입된 배경이다. 하지만 EPR 대상 품목이면서도 복합 재질이거나 부피가 작아 선별되지 않는 제품이 부지기수다. 일회용 커피 캡슐처럼 재활용 책임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품목도 적잖다. 대상 품목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재활용되지 않는 포장재는 사용을 금지하는 등 생산자의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홍 소장은 “우리나라는 지난 30년간 쓰레기 처리에 있어서 소각량과 매립량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며 “국제 기준에 맞게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재생원료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에선 고품질 재활용, 이른바 업사이클링을 위해 페트병과 알루미늄캔 등에 강제보증금 제도를 실시한 결과 재생 원료 사용 비율이 50%를 넘어섰다”며 “반면 우리는 1%가 채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가 밀집돼 있어 ‘쓰레기 리스크’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며 “쓰레기 문제는 지구촌 현안인 동시에 철저히 지역적인 이슈인 만큼 우리 상황에 맞게, 시민들도 선뜻 동참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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