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 무용수는 잊어라, 찐 발레리노로 거듭난 그들

유주현 2025. 6. 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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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左), 강경호(右)
발레리노. 세계 무대에서 국위를 선양한 ‘월드클래스’가 아니라면 좀처럼 이름을 얻기 힘들다. 장르 자체가 워낙 아름다운 발레리나 이미지가 강한 탓에 발레리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존재감을 알린 발레리노들이 있다. 이들은 역동적인 움직임과 창의적인 안무력이 중심이 된 서바이벌에서 불리한 장르적 제약을 극복하며 팬덤을 모았다.

방송 후 5개월, 이들은 오디션의 후광을 벗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왔다. 대한민국발레축제 기획공연인 ‘라이프 오브 발레리노’(7·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이들이 ‘찐 발레리노’로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현재를 직관할 수 있다. 발레축제에서 개발된 ‘라이프…’는 보기 드문 생명력의 창작발레다. 민간단체 유회웅리버티홀이 2019년 ‘자유소극장 공모작’으로 초연, 지난해 ‘CJ토월극장 공모작’으로 재연을 거쳐 올해는 주최 측이 직접 제작하는 ‘기획공연’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명실공히 발레축제 대표작으로 등극했다. 수많은 창작물이 탄생과 동시에 사라지는 무용계에서 민간단체 우수작품의 성공적인 레퍼토리화 사례다.

꿈을 지닌 발레리노들이 도전과 좌절을 거쳐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가는 무대다. 발레의 기본기와 군무, 콩쿠르 레퍼토리 같은 흔한 소재를 재치 있게 엮어 남성 발레의 매력을 최대치로 어필한다. ‘리나’들을 무수히 들어 올려야 존재할 수 있고, 5분의 콩쿠르 성적으로 입시와 입대가 결정되는 ‘리노’들의 애환에 웃음도 있고 감동도 있다. 전막발레에서도 흔치 않은 대규모 남성 군무를 실컷 볼 수 있고, 유머러스한 연출로 시종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유회웅 안무 겸 연출은 “발레에 리나 뿐 아니라 리노들도 있다는 걸 더 알리고 싶었다”면서 “다른 공연과 차별화된 남자 무용수들의 힘과 에너지, 감성이 담긴 춤들이 무용수와 관객 모두에게 생생하게 다가가고, 참여 무용수들의 진심이 모여 생명력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는 강경호·정성욱·김경원·신민권·김태석 등 ‘스테파’ 출신 5명이 메인 발레리노로 나서면서 각자의 키워드로 진솔한 서사를 펼친다. ‘꿈’을 향한 여정에 일어나는 콩쿠르·부상·해외진출·방송출연·주역무대 등의 에피소드에 5명의 서사를 연결했다. 콩쿠르 결과에 낙담한 강경호가 ‘내일’을 기약하고, 군대를 다녀온 정성욱이 해외발레단에 ‘도전’하고, 단칸방에서 라면과 게임으로 버텼던 김경원이 발레로 ‘빛’을 찾는 식이다. 각자의 목소리로 나레이션이 흐르고, 외로운 솔로가 파드되나 군무로 확장된다. 완벽한 무대 이면의 불완전한 모습들이 왠지 더 아름다워 보인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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