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나무를 옮겨 믿음을 세우다

신경진 2025. 6. 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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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길 사(徙), 나무 목(木), 세울 입(立), 믿을 신(信). 합하면 ‘나무를 옮겨 믿음을 세우다’라는 사목입신(徙木立信)이 된다. 표준 중국어 발음으로 “시무리신”이다. 최근 중국 집권당 기관지에 곧잘 등장하는데 2300여 년 된 고사성어다. 당은 왜 오래 전 ‘나무’를 소환했을까.

전국(戰國)시대 서쪽에 치우친 진(秦)은 교통·농업·경제 모두 발달하지 못했다. 중원의 위(魏)나라가 국법을 쇄신하는 변법(變法)에 성공했다. 진 효공(孝公)은 타국의 인재를 영입해야 변법이 수월하다고 여겼다. 국적에 상관없이 강대국을 만들 묘안을 가져오는 이에게 높은 벼슬과 재산을 약속했다. 상앙(商鞅, BC390~BC338)이 찾아왔다.

“백성들의 집을 십(什)과 오(伍)로 나누어 서로 감독하고 연좌시켰다. 범법자를 고발하지 않으면 허리를 자르는 요참에 처했다. 범법자를 고발한 사람은 적의 목을 벤 것과 같은 상을 내렸다.”

사마천이 『사기(史記)』에 기록한 상앙 변법의 요지다. 법 시행에 앞서 백성의 불신을 우려한 상앙이 꾀를 냈다. 우선 수도 남문에 세 척 길이의 나무를 세웠다. 누구라도 북문으로 옮기면 황금 열 냥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모두 반신반의하며 아무도 옮기지 않았다. 상앙은 상금을 오십 냥으로 올렸다. 백성들은 여전히 논쟁만 벌였다. 누군가 나무를 옮기자 정말로 50냥을 주었다. 믿음을 얻은 변법은 성공했고, 최강 군대가 양성됐다. 상앙이 31살 때 일이다.

지난 3월 12일 당은 중앙 당건설공작영도소조 회의를 소집했다. 조장 차이치(蔡奇)가 7월 말까지 모든 당원에게 8항 규정 정신학습에 참여토록 지시했다. 조사 연구, 회의 간소화, 문서 줄이기, 해외출장 규범화, 경호 개선, 보도 개편, 개인출판 규제, 관저와 관용차 등 공적 자금의 근검절약 등을 말한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보다 강도가 세다. 시행 13년이 지났지만 위반이 여전하다.

곧 당의 20기 4중전회(제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준비라는 해석이 나왔다. 예년의 4중전회가 당건설을 다뤘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정치캠페인이 시작됐다. 사목입신의 고사가 등장했다. 2012년 12월 도입한 당내 8항 규정을 사목입신으로 포장했다. 불신의 중국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인민일보가 8항 규정 위반 사례를 크게 실었다. 교육기간인 지난 4월 음주 접대를 받아 과음으로 사망한 간부 두 명을 열거했다. 위반자 제보를 지시했다. 8항 규정은 과연 21세기 상앙 변법이 될 수 있을까.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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