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조 시장 열린다…K원전 르네상스, 새정부 정책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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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산업 글로벌 훈풍
한국이 약 25조원 규모로 수주했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계약이 4일(현지시간) 체결됐다. 앞서 입찰 경쟁국인 프랑스 측이 행정소송 제기로 계약 무산을 노렸지만 체코 법원은 계약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신규 원전 4기 수주 성공 이후 16년 만의 원전 수출이다. 한국 제조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맹공으로 큰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방위산업(방산)과 조선업에 이어, 원전(원자력발전소)산업에서도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우리나라가 처음 수출한 원자력 발전소인 UAE 바라카 원전. [사진 한국전력]](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7/joongangsunday/20250607000131347oycs.jpg)
미국만 ‘원전 르네상스(부활)’ 선언에 나선 게 아니다. 원전의 본고장에서 탈(脫)원전의 본고장으로 변모했던 유럽도 이미 원전으로 다시 돌아서고 있다. 영국은 자국 전체 발전원에서 기존 15%였던 원전 비중을 2050년까지 25%로 끌어올린다고 지난해 발표했다. 프랑스는 2021년 발표한 300억 유로 규모의 신산업 육성 계획에 혁신적 원자로 개발에 대한 투자 내용을 포함했다. 이탈리아는 마지막 원전 폐쇄 25년 만인 올해 원전 사용을 다시 허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벨기에는 탈원전 계획법을 22년 만에 폐기하면서 기존 원전 가동을 연장하기로 했고, 스웨덴은 신규 원전 4기를 건설하기 위한 자금 지원 법안을 통과시켰다.
러, 가스 수출 중단에 에너지 안보 위기감
유럽 최대 재생에너지 활용 국가인 독일도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원전 인정을 반대하던 기존 입장을 철회하는 등 기존의 탈원전 기조를 허물고 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에 한층 힘썼던 각국이 최근 방향을 바꾼 것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앞서 2015년 지구 온난화 억제를 위해 195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이 채택한 파리협정 이후 국제사회는 탄소 중립에 사활을 걸었다. 따라서 탈 탄소의 최대 걸림돌인 석탄 화력 발전을 줄여가면서 전력을 충당해야 하는데, 원전 비중을 낮추면서 재생에너지만으론 한계가 명확해 가스 화력 발전 비중 확대가 불가피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친환경적이지만 날씨 변화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전력량의 변동성이 커서 불안정하다. 현존 기술로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한 보완에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가스 화력 발전을 위한 천연가스 확보가 중요해졌는데 이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수출하는 나라가 러시아다. 하지만 러시아는 2022년부터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서방권 제재에 천연가스 수출을 끊는 ‘자원의 무기화’로 맞섰다. 이로써 각국은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고 전기료가 급등, 자국 제조업이 위축되고 민생이 나빠지는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 각국이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정적 발전원인 원자력을 다시 품는 데 나선 이유다.

특히 한국은 2009년 약 20조원 규모로 수주한 UAE 바라카 신규 원전 4기의 성공적 완공과 상업운전을 계기로 우수한 원전 제조·건설 경쟁력을 해외에서 인정받았다. 첫 수주 이후엔 10년 넘게 수출 기회를 좀처럼 못 얻다가 최근 25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수주에 성공, 16년 만에 원전 수출을 확정했다. 한국은 베트남·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에서도 신규 원전 수주를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조 원전 강국인 프랑스가 기술·규모 면에서 가장 강력한 수출 경쟁국”이라며 “한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사비용과 함께 공사기간·예산 준수 등 신뢰성을 강점으로 앞세워 추가 수주에 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원전 7대 수출국 가운데 하나
이 같은 국가적 사업 중심의 대형 원전 외에,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에서도 한국은 강국의 지위를 노리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가 인공지능(AI)산업에 필수인 안정·효율적 전력 공급을 위해 SMR을 필요로 하면서 수요가 급증세인 게 호재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가 SMR의 주요기기를 생산하면서 위탁생산 업체로의 본격 도약을 준비하고 있고, 현대건설·삼성물산·DL이앤씨 등이 설계나 시공에서 뒷받침하고 있다. 김용수 한국수력원자력 SMR사업실장은 “SMR은 초기 투자비용이 덜 들고 건설 기간이 짧아 자금 회수가 빠른 게 장점”이라며 “한국은 대형 원전 건설 경험을 토대로 SMR에서도 선진적인 기술과 기자재 공급망을 갖춰 수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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