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의 ‘음주 비행’? 그 증거는 깃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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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꿀, 수액 등을 먹는 새들이 먹이 섭취과정에서 당분뿐 아니라 알코올을 일상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3년에는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에 서식하는 수컷 애나스벌새(Calypte anna) 세 마리를 대상으로 에탄올 섭취량을 조사했는데, 벌새들은 하루에 체중의 80%에 해당하는 양의 꿀을 섭취하며 이 과정에서 자연 발효된 알코올을 일상적으로 마시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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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의 깃털·간에서 에탄올 소화 효소 검출

과일, 꿀, 수액 등을 먹는 새들이 먹이 섭취과정에서 당분뿐 아니라 알코올을 일상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껏 조류, 박쥐, 침팬지 등 다양한 동물들이 자연 발효된 먹이를 먹고 술에 취한 듯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지만, 조류에서 에탄올 대사 산물을 직접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시아 왕-클래이풀 박사과정생 등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연구진은 지난 3일(현지시각) “과일과 꽃꿀을 규칙적으로 먹는 새는 만성적으로 알코올을 섭취할 수 있다”면서 “새들의 발효성 당분 섭취는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더 광범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은 과학저널 ‘생태 및 진화 심리학’ 최근호에 실렸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로버트 더들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오랜 기간 조류·영장류 등 다양한 동물의 알코올 섭취를 연구해왔다. 지난 2014년 발간한 책 ‘술 취한 원숭이’(2014)에서 그는 인간이 알코올을 탐닉하는 이유를 영장류가 생존을 위해 과일 속 알코올을 섭취했던 진화적 적응이 남아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2023년에는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에 서식하는 수컷 애나스벌새(Calypte anna) 세 마리를 대상으로 에탄올 섭취량을 조사했는데, 벌새들은 하루에 체중의 80%에 해당하는 양의 꿀을 섭취하며 이 과정에서 자연 발효된 알코올을 일상적으로 마시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연구에서 벌새들은 에탄올 농도가 0~1%인 설탕물을 급여했을 때는 이전처럼 먹이를 섭취했지만, 농도가 2%가 넘어가자 섭취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스스로 ‘절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논문은 더들리 교수의 앞선 연구 등을 바탕으로 조류의 깃털·간 등 신체에서 직접 에탄올 소호 효소(에틸글루쿠로나이드)를 검출해 생화학적 증거를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에틸글루쿠로나이드는 에탄올이 분해된 뒤에도 체내에 잔류하는 물질로, 인간의 알코올 측정 검사 때도 이용되는 지표다. 왕-클래이풀 박사 등 연구진은 이를 위해 꽃꿀을 주로 먹는 애니스벌새 뿐 아니라 초식·잡식·육식성 벌새의 깃털과 간을 분석했다. 샘플은 이미 사망했거나 야생동물구조센터 등에서 폐사한 개체들에서 채취했다.

분석 결과, 조류 17종 가운데 10종은 깃털에서, 5종 가운데 2종은 간 조직 검사에서 에탄올 소화 효소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처음에 꿀과 과일을 주로 먹는 벌새가 씨앗·곤충·작은 동물을 먹는 벌새보다 에탄올 소화 효소가 더 많이 검출될 거라 예측했지만, 실제로 두 그룹 간에 유의미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는 “조류의 에탄올 노출은 특정 식이 그룹에 국한되지 않으며, 다양한 식성을 가진 새들이 자연 발효된 먹이에서 알코올을 섭취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도시 지역에 서식하는 벌새, 특히 애나스벌새의 에탄올 효소 수치가 높았는데 연구진은 이것이 사람들이 운영하는 ‘인공 급이기’의 영향일 거라 추측했다. 사람들이 급이기에 설탕물을 반복적으로 급여하고 제때 청소를 하지 않으면서 에탄올이 생성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만취한 벌새를 상상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이런 부가적인 에탄올 노출은 새들의 건강과 행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새들이 과도한 에탄올에 노출되면 비행 능력이 저하돼 포식자로 공격당할 위험성이 커지고, 우발적인 충돌로 부상·사망이 뒤따를 수 있다”며 “도시 지역에서는 인공 급이기를 청결히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자연에서 동물들이 알코올을 얼마나, 왜 섭취하는지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발효된 열매를 먹고 새들이 제대로 날지 못하거나 침팬지가 발효된 야자수 수액을 마시는 등의 모습이 관찰된 바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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