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달인’ ‘韓 최초 트레킹 여행사 대표’가 말하는 트레킹의 매력 [여책저책]

장주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semiangel@mk.co.kr) 2025. 6. 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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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이 인기였죠. 3화에서 1년차 레지던트 표남경(신시아 분)은 수술을 마친 할머니 환자에게 “밥 잘 먹고 운동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밤새 병동을 오가며 걷기 삼매경에 빠지는데요. 무릎이 편찮으신 할머니 환자 같은 분에게는 맞춤형 진료를 해야 한다는 깨달음과 환자에게 당연한 얘기일 수 있지만 항상 따스한 말 한마디를 전하는 게 중요하다는 진리도 깨우칩니다.

​이 장면에서 알 수 있듯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의 운동은 역시나 걷기죠. 전문가들은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걷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합니다. 또 걷는 동안 기분이 우울하거나 머리가 복잡한 상황 역시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설명하는데요.

트레킹 / 사진 = 언스플래쉬
​미국 출신 수필가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은 저서 ‘걷기의 인문학’에서 ‘보행의 리듬은 생각의 리듬을 낳는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산책이나 등산을 할 때 한 걸음 디딜 때마다 무념무상 또는 생각의 정리가 되는 기분 느낄 때가 있듯 말이죠.

여책저책은 오래 걷기의 달인이 전하는 코리아 둘레길 에피소드와 30여년 의대교수로 지낸 한 사람, 20여년 간 한국 최초 트레킹 여행사를 운영한 한 사람이 모여 트레킹의 참맛을 전하는 책을 소개합니다.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 둘레길
이화규 | 나무발전소
사진 = 나무발전소
“그간 우리는 너무 속도에 휘둘려 살았다. 이를 벗어나는 방법은 천천히 걸으며 주위와 주변을 살피는 길이다. 이게 유일하다.” 30여년 간 교육계 몸담았지만 평생 동안 길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저자 이화규는 천천히 오래 혼자 걷기의 달인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중국 시안에서 이탈리아 로마까지 이르는 실크로드 대부분의 길을 답사했고, 국내 둘레길 7000km 이상을 걸었다. 그중 4520km에 이르는 코리아둘레길 4개길 전 구간을 완보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 훈련을 바탕으로 75일간 3개 산티아고 카미노를 완보 순례까지 했다.

사진 = 나무발전소
걷기에 진심은 저자는 자신이 완주한 코리아 둘레길을 걷고자 하는 초보 도보 여행가를 위해 ‘입문편’에 해당하는 ‘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 둘레길’이란 책을 썼다. 장거리 걷기 여행길이 성공하려면 좋아서 모인 사람들, 숙식의 독특성, 소규모 예술관 등이 종횡으로 연계돼야 한다. 여기에 이야기까지 얹혀져야 완성이다. 저자는 두 발로 걷는 것의 축복을 음미하고 싶은 이를 위한 이야기를 책 속에 가득 담았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한다. 제1장과 2장은 경기둘레길 34~60코스와 01~06 코스다. 지독한 무감각의 시대, 왼발 다음에 오른발을 놓는 행위만으로 다채로운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저자는 걷기와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3장과 4장은 DMZ평화의길 34~1코스 경기둘레길 05~24코스다. 매력적인 둘레길이 되려면 ‘길’과 숙식에 관한 ‘인프라’와 더불어 ‘스토리’가 갖춰져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결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저자는 길 위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부지런히 옮겨 담는다.

사진 = 나무발전소
5장과 6장은 DMZ평화의길 30~6코스, 경기둘레길 19~35코스다. 식생 동정을 다룬 장이다. 식생 동정이란 식물의 분류학상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을 말한다. 저자는 ‘창조된 우리 모두는 서로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역할 없는 존재란 없고 ‘유익’과 ‘유해’라는 인간 중심의 개념도 좀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트레킹 문학과 답사기의 차별점을 ‘현장성’으로 꼽는다. 현장에 보고 듣고 느낀 것, 떠오르는 생각과 글귀, 만나 사람을 이야기 덕분에 우리는 앉아서 우리 국토에서 벌어지는 일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 위의 오아시스라고 비유하고 있는 카페와 맛집 리스트도 책을 보는 흥미 중 하나다.

​트레킹의 원리
이환종, 조태봉 | 바른북스
사진 = 바른북스
많은 사람들은 트레킹이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만을 즐기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트레킹에는 우리를 유익하게 만들어 주는 사실들이 무한히 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풍경만 고집하기 일쑤다.

트레킹에는 장시간 걸음으로써 신체의 건강함과 정신적 자존감을 얻을 수도 있고, 신비로운 자연과 다양한 지역을 두 발로 체험함으로써 이 세상을 통찰할 수도 있다. ‘트레킹의 원리’를 쓴 저자 이환종, 조태봉은 이 책을 통해 대자연과 다양한 세상을 두 발로 체험함으로써 발생하는 건강, 음식 등의 육체의 작용과 역사, 자연 등 인문의 작용을 과학적 방식과 인문학적 방식으로 친절하게 설명한다.

부탄 드룩 패스 / 사진 = 언스플래쉬
한마디로 트레킹의 기술에 대해 설명하되, 인문학적 방식으로 심도 있게 풀어내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때문에 트레킹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부터, 트레킹을 리드하는 지도자나 가이드까지 모든 트레킹 애호가라 부르는 트레커라면 꼭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책에서 트레킹의 기술적 표현은 체육학, 의학, 생물학 등 과학적 방식으로 설명한다. 반면에 인문학적 표현은 심리학으로부터 시작해 여행학, 철학, 사회학 등 폭넓은 학문을 파고든다. 그러나 어렵게도 느껴질 이러한 주제들을 마치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또는 초등학생에게 설명하듯 쉽게 풀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 이환종은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33년간 교수로 지내며 다수의 의학서적을 집필한 의사다. 젊은 시절 앓은 폐결핵 후유증으로 폐 기능이 30% 이상 저하됐지만 건강을 위해 자연을 찾아 40년 동안 트레킹에 나섰다. 63세에 부탄 드룩패스(4210m), 잉카트레일(4200m) 64세에 인도 라다크 마카밸리(5150m),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칼라파타르(5550m) 및 68세에 안나푸르나 서킷(5416m) 등 다수의 고산 트레킹을 완주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 사진 = 언스플래쉬
공동 저자 조태봉은 중학교 시절까지 교내 최우수 학생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두 동생을 잃으며 방황하다 18세에 가출했다. 대학에서 서양철학에 심취하기도 했지만 이내 중퇴하고 30대에 사업에 도전하다 IMF를 맞으며 실패를 맛봤다. 그때 산을 찾은 것을 계기로 국내 최초의 트레킹 여행사를 차려 23년 동안 운영했다. 그 덕분에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자연 속을 누비고 다닌 것은 물론, 해외 트레킹도 적지 않게 경험했다.

​두 사람의 이런 다양한 트레킹 인연은 고스란히 책으로 옮겨졌다. 책에 담긴 트레킹의 기술들은 일상에서 응용이 가능한 과학적인 걷기의 방법을 포함하고 있고, 인문학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은 모든 대중을 위한 생활 지침서이자 행복을 위한 철학서이다. 이 책을 읽으면 배낭을 메고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하루 종일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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