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한국 환율관찰 대상국 유지… 기재부 “환율 분야 협의 진행할 것”
이희경 2025. 6. 6. 11:42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협상에서 환율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린 가운데 한국을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정부는 환율 정책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를 확대해 환율 분야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5일(현지시간) 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등 9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은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인 지난 2023년 11월 환율관찰 대상국에서 빠졌지만,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작년 11월 다시 환율관찰 대상국에 포함됐다.
작년 11월과 비교하면 아일랜드와 스위스가 환율관찰 대상국에 추가됐다.
미국은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법에 따라 자국과의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할 경우 심층분석국 내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평가 기준은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다. 이 중 3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이 되며, 2가지만 해당하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한국은 작년 11월과 마찬가지로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기준에서 문제가 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재무부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2024년 GDP 대비 5.3%로 전년의 1.8%보다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의 상품 무역 흑자가 증가했기 때문인데 상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한국의 대미 무역 수지는 2024년 550달러로 전년의 140억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재무부는 한국 당국이 원화가 평가절하 압력을 받는 가운데 과도한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2024년 4월과 2024년 12월에 외환시장에 개입했으며, 한국 당국이 2024년에 GDP의 0.6%에 해당하는 112억달러를 순매도했다고 기재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앞으로도 무질서한 외환시장 여건에 따른 예외적인 상황으로 외환 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번 환율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보고서라 특히 주목받았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환율 정책이 불공정한 국가의 경우 무역 협상에서 환율 문제도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해왔다. 앞서 한미는 지난 4월 말 재무·통상 수장이 참석한 ‘2+2 통상협의’를 통해 상호관세 조치 유예가 종료되는 7월8일까지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줄라이(7월) 패키지’를 마련키로 합의한 바 있다. 이 중 환율 정책과 관련해서는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 지난달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로버트 캐프로스 미 재무부 국제차관보를 만나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미국이 한국에 원화 절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은 야간장에서 30원 넘게 하락(원화 절상)하기도 했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하면서 향후 미국이 관세 협상에서 원화 절상 압박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불공정한 환율 관행이 포착된 국가에 대해 관세 부과를 권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우리는 계속해서 환율 관행에 대한 분석을 강화하고 조작국 지정에 따라 치러야 하는 비용을 늘리겠다. 앞으로 재무부는 불공정한 환율 관행을 상대로 강력한 대응책을 시행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도구를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에서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미국 재무부와의 상시적인 소통을 통해 환율 정책에 대한 상호 이해와 신뢰를 확대하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재무당국 간 환율분야 협의도 면밀하게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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