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골목에서 넷플릭스로… 오징어게임 '공기놀이 달인' 박종남 씨의 손끝 이야기
"어린 시절 골목에서 하던 공기놀이가 세계적인 드라마의 한 장면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시즌3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어떤 전통놀이가 등장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즌1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달고나 만들기'가, 시즌2에서는 '공기놀이'가 주요 장면을 이끌며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시즌2의 공기놀이 장면에서 '손 대역'으로 참여한 박종남 씨는 "단순한 놀이가 드라마의 명장면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서 누나들과 함께 공기놀이를 하며 익힌 손기술이 세계적인 히트작의 장면으로 이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강하늘 배우의 손끝을 대신해 치열한 공기놀이 장면을 연출한 박 씨는 단 한 번의 원테이크 촬영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긴장감 넘치는 촬영이었지만, 그 순간에 나의 기술이 온전히 녹아든 것이 뿌듯하다"고 전했다.

- 배우 강하늘씨 '손 모델'로 유명하신데,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저는 박종남 입니다. 평소에는 마케팅 대행사에서 일하고 있고,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강하늘 배우님의 공기놀이 장면에서 '손 대역'으로 참여하게 됐다. 공기놀이로 인연이 닿은 것이 이렇게 드라마 속 장면까지 이어질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 경기도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들었다. 공기놀이는 언제 처음 접하게 됐나.
"어린 시절 경기도 시흥에서 자랐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방학 때 이모네집에 자주 맡겨졌는데 누나들이 많았다. 위로 4명의 누나가 있었고, 저와 나이가 얼마 차이 안나는 남자 사촌도 있었는데 그 당시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기놀이를 하게 됐다. 그때는 손도 작고 기술도 미숙했지만, 제가 승부욕이 강해서 몰래 연습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또래 친구들보다 공기를 잘하게 됐다."
- 어린 시절 즐겼던 놀이가 훗날 연기로 이어질 거라고 예상했나.
"상상도 못했다. 어릴 때 친구들과 놀던 그 단순한 공기놀이가 이렇게 드라마의 한 장면이 될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연기와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놀라웠다."
"회사 브이로그를 찍거나, 공부 삼아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뷰를 운영하는 채널이 있었다. 어느 날 팀장님이 "공기놀이 잘하시잖아요. 한번 영상으로 찍어보세요"라고 제안을 해서 가볍게 촬영해서 올렸던 적이 있다. 그 당시가 '오징어 게임 시즌 1'이 한창 인기일 때였고, 우연히 SBS 생활의 달인 측에서 그 영상을 보고 섭외 연락이 왔다. '전통놀이 고수'라는 콘셉트로 방송을 찍었고, 이후 '오징어 게임 시즌 2' 제작진이 그 방송을 보고 연락을 줘서 출연하게 됐다."

- '손 대역'이라는 사실은 언제 처음 알았나.
"정확히는 촬영장에 도착해서 알게 됐다. 식사 시간에 감독님과 배우분들이 설명해주셨다. 강하늘 배우님이 맡은 배역이 '공기를 잘하는 역할'인데, 남성 스태프 중에 공기놀이를 잘하는 사람이 없어서 급하게 수소문 끝에 저에게 연락을 주셨다고 하셨다. 처음엔 '시범 촬영이겠지' 했는데, 배우들과 식사하며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정말 중요한 장면에 내가 참여한다는 실감이 났고, 그제야 떨리기 시작했다."
- 촬영 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먼저, 강하늘 배우님이 정말 친절했다. 본인의 배역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공기놀이를 잘하려고 저한테 계속 방법을 물어보시고 함께 연습도 많이 했다. 또 하나는 공기놀이에 쓰인 특수 공기가 있었는데 촬영 전 연습을 하면서 그 공기에 붙어있는 오징어 게임 로고가 떨어졌다. 스태프분이 오셔서 접착제로 붙여서 다시 사용했다. 그만큼 보안도 철저하고 디테일한 준비가 인상 깊었다."
- '손 연기'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감독님이 공기놀이 장면을 '10초 내로 꺾기까지 끝내야 하는' 원테이크 미션을 설정해주셨다. 그래서 빠르고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실수할까봐 두려웠지만, 강하늘 배우님과 스태프들이 잘 도와주셔서 반나절 잡혀있던 촬영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 만에 끝났다. 총 세 번 정도 다른 각도에서 촬영했고 큰 수정 없이 마무리되어 기분 좋았다.".
-오징어 게임 이후 '전통놀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어떻게 보고있나.
"정말 놀라웠다. 단순한 돌 장난이 해외에서도 챌린지 콘텐츠가 될 줄은 몰랐다. 콘텐츠의 힘이란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요즘은 콘텐츠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안의 소재들이 또 소비되고 재생산되는 흐름이 있는 것 같다. 단순한 공기놀이지만 전통놀이도 콘텐츠와 연결된다면 충분히 글로벌한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 공기놀이 체험 프로그램이나 강연 계획은 없으신가.
"아직 계획 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 다만 전북에 있는 공기놀이 협회에서 대회 참가 요청이 두 번 정도 온적은 있다. 하지만 거리나 일정 문제로 참여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오징어 게임 방영 후 제 SNS를 통해 기사도 많이 나가고 다양한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기도 해서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
-오징어 게임 참여가 본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줬나.
"크게 인생이 바뀐 건 아니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글로벌 콘텐츠에 '손 대역'으로 참여한 경험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어릴 때 취미로만 생각했던 공기놀이가 이렇게 쓰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인생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남았다. 지인들도 "아직도 공기하냐?", "너 진짜 TV 나왔더라!" 하면서 반응이 재밌었다."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꿈이 있나.
"사실 거창한 꿈은 없다. 지금 삶에 만족하고 회사에서도 잘 지내고 싶다. 작년에 아이가 태어났는데, 아이가 좀 크면 "아빠 이거 했었어" 하면서 공기놀이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게 저에게는 가장 큰 보람일 것 같다."
최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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