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원→9900원…무너진 금양의 이차전지 신화
정남구의 경제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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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21일,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금양의 ‘2024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외부감사인이 의결을 거절했다’는 풍문이 사실인지 회사에 조회했다고 공시했다. 동시에 주식거래를 중지시켰다.
실제 외부감사인인 한울회계법인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불확실성 사유’에 해당한다며 감사 의견을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장 폐지 사유다. 회사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했고,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심사를 거쳐 5월12일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거래 정지 당시 주가는 9900원, 시가총액 6333억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금양 주주들은 보유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금양의 과거 주가를 안다면, 이는 깜짝 놀랄 만한 일이다. 금양 주가는 2022년 7월21일 5240원이었다. 시가총액은 2605억원이었다. 그러던 것이 다음날부터 폭등하기 시작해 2023년 7월31일 15만9100원까지 올랐다. 1년 남짓 사이에 30배로 뛰며, 시가총액이 9조2358억원까지 불어났다. 2025년 5월14일 시가총액이 그보다 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전체 850개 가운데 50개에 불과하니, 얼마나 커진 것인지 어림할 수 있다.
‘이차전지 테마주 폭등’ 편승
그런데 금양의 주가는 2024년 5월10일 10만원 밑으로 떨어진 뒤 다시는 그 위로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2025년 3월21일 종가 9900원으로 1만원까지 밑돌면서 거래정지에 들어갔다. 1년간 30배 폭등한 뒤, 1년8개월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아니, 제자리라고 하기도 어렵다. 외부감사인이 ‘의견 거절’을 한 금양의 재무제표를 보면, 자본총계는 4558억원이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5억원에 불과하다. 2024년 132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3년 연속 적자였다. 설령 거래가 재개된다고 해도, 9900원의 주가를 유지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양의 주가 폭등은 합리적 기업가치 계산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2022년 금양의 자본총계는 907억원, 2023년에는 1640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수지는 2023년 63억원 흑자, 2023년에는 169억원 적자였다. 2024년에도 429억원 적자를 냈다. 그런 금양의 주가가 30배로 폭등한 것은 이른바 ‘이차전지 테마주 폭등’에 올라탄 덕분이었다.
이차전지는 한 번 사용한 뒤에도 충전을 통해 재사용이 가능한 전지를 말한다. 전세계가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자동차 확대를 추진하면서 전기차의 핵심인 이차전지 시장도 급팽창하리라는 전망이 확산했다. 미래에셋증권이 국내에 상장된 이차전지 산업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2차전지 테마 ETF’를 처음 설정한 것은 2018년 9월이었다. 이 상장지수펀드(ETF)는 2020년 7월부터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고, 2023년 7월 300%를 넘으며 최고치에 이르렀다. 2021년 말 구성 종목을 보면 삼성에스디아이(SDI), 에코프로비엠, 앨앤에프,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등 네 종목이 9% 이상을 차지했다.
이차전지 양극재(배터리의 플러스(+)극을 이루는 소재) 전문기업인 에코프로비엠의 주가 흐름을 보면, 2020년 2월 들어 폭등을 시작했다. 1월31일 1만3072원에서 2023년 7월26일 장중 58만4천원까지 올랐다. 금양의 주가 폭등은 에코프로비엠보다 약 6개월 늦게 시작됐다.
고무 등에 사용되는 발포제 제조가 주력인 금양은 2023년 6월23일 “삼성SDI, 엘지(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2차전지’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한 언론은 금양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향후 2024년까지 1억 셀 규모의 생산라인 구축을 완료할 계획으로, 예상 매출액은 연간 6천억~7천억원 수준을 전망한다”고 보도했다. 2024년 7월4일 한 증권사는 종목 보고서에서 목표가격과 투자의견은 제시하지 않은 채, 금양에 대해 “밸류에이션 확장 구간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부산시는 2023년 1월3일 금양과 2차전지 생산기지 건립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기장대우일반산업단지 터 18만㎡를 인수해 8천억원을 투입해 3억 셀 규모의 양산 공장을 만들어 2026년부터 공장을 가동한다고 했다. 1조3천억원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해 9월 기공식을 연 이 공장은 완성되지 못했다. 회사가 시공사와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공사는 중단됐다. 이차전지 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었다. 수출이 2024년 1월부터 급감했다. 2024년 상반기 수출액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견줘 21.2% 줄었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였다.
터질 게 뻔한 거대한 거품
금양은 2024년 9월27일 시설자금 및 채무상환 자금 조달을 위해 4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은 10월2일 금양이 몽골 광산 개발에 대한 투자 예상 실적을 부풀려 공시한 점을 들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5일 뒤 정정신고를 요구했다. 주가는 폭락했고, 금양은 2025년 1월17일 결국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이어 현금이 거의 바닥난 채로 외부감사인이 사업보고서에 감사 의견을 거절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류광지 금양 회장 처지에서는 회심의 카드가 성공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금양은 이차전지 공장 건설에 수천억원의 회사 자금을 총동원했다가 무너졌다. 그러나 금양의 주식을 샀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거대한 작전(주가조작)판에 놀아났다는 생각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주가 급등기에 금양 주식을 사들인 것은 개인투자자들이었다.
터질 게 뻔한 거대한 거품을 만들며 이자전지 주가가 급등하는 동안 분석가들은 침묵했다. 하나증권 김현수 분석가는 에코프로 주가가 76만9천원까지 오른 2024년 4월12일 “에코프로가 대단한 회사이지만, 이미 주가가 너무 올라 보유하기에는 나쁜 주식”이라며 12개월 목표주가를 45만4천원으로 제시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뒤 그는 투자자들의 항의시위에 시달리는 등 큰 곤욕을 치렀다.
정남구 한겨레 선임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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