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IMF때 일용직노동 나가시던 아버지 생각에 '소주전쟁' 현실적으로 다가와"[인터뷰]

모신정 기자 2025. 6.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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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주전쟁’서 인범 역… IMF 시대 진로그룹 실화 모티브로 해
배우 이제훈 ⓒ쇼박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IMF시절 가세가 기울고 집안의 장사가 잘 안되자 새벽마다 일용직 근로를 찾으러 나가시던 아버지를 보면서 우리 집이 힘들다고만 생각했어요. 진정으로 아버지 마음을 헤아리지는 못했었죠. 이 시나리오를 보면서 제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어요. 유해진 형이 연기하신 종록처럼 가정을 위해 또 회사를 위해 헌신하신 모습이 떠올랐죠. 그래서 제게는 이번 작품이 더없이 소중해요."

지난달 30일 개봉한 영화 '소주전쟁'에서 주연을 맡은 이제훈은 자신이 청소년 시절 겪었던 부친과의 경험이 영화 선택의 또 하나의 이유가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 2일 배우 이제훈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영화 '소주전쟁'은 1997년 진로그룹 사태를 모티브로 해 IMF 시기 극심했던 모럴 해저드를 소재로 그렸다. 영화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속 회사가 곧 인생인 국보소주 이사 표종록(유해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직원 최인범(이제훈)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다룬다.

"거시적으로 볼 때 IMF는 이후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외국 자본을 받아들이고 금융시장이 개방되면서 기업 지배구조도 변화가 되고 자금의 이동이 자유화되는 그런 구조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경제적,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어서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셨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기업의 투명성이나 효율성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하는 자료들도 있더라고요. 그때 당시 탐욕스러웠던 사람들의 모럴헤저드가 다양한 기사와 뉴스를 통해 지금은 더 심해졌다는 생각도 들어요. 금융 시스템이 투명하게 감독되고 있다고 하지만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많은 분들의 노력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사건들도 존재하잖아요. '소주전쟁'을 통해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지난 시절 우리의 경제상황을 반추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바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드릴 수 있기를 바랐어요. 영화 소재의 다양화 측면에서도 좋은 소재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쁩니다."

배우 이제훈 ⓒ쇼박스

이제훈이 연기한 최인범은 오로지 성과만을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의 직원으로 국보소주를 삼키겠다는 야심을 숨기고 마치 국보그룹의 위기를 해결해 줄 것처럼 회사에 접근한다. 극의 초반 인범은 종록의 소주를 향한 사랑도 회사를 위해 인생 전부를 거는 태도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점점 종록과 소주 한잔을 나누는 경험이 쌓여 가면서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인범은 돈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사고방식을 지닌 인물이죠. 자신이 목표하고 추구하려는 가치를 쫓다가 선을 넘게 되고요. 위기에 빠진 국보 소주에 컨설팅을 해주겠다고 접근하지만 사실 뒤에서는 이 회사를 송두리째 삼키려는 행동을 벌이게 됩니다. 제가 처음부터 인범 캐릭터를 제안 받아서인지 지금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마인드에 부합하고 공감과 지지를 받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데 유해진 선배를 만나서 대본 리딩을 하고 실제 촬영을 거치면서 회사에 온몸과 마음을 바쳐서 일했던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투영받다보니 저도 동요 되더라고요. 실제로는 제가 배우라는 직업도 있지만 실제 매니지먼트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 입장이다 보니 종록의 입장에도 많은 공감이 갑니다. 세대별로 우리 영화를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네요."

인범과 정반대 측면에 서있는 국보그룹 재무이사 표종록은 '회사가 곧 인생'인 인물이다. 유해진이 연기한 그는 자나 깨나 회사만 생각하는 인물이고 이로 인해 아내와 딸과도 떨어져 지내고 있다. 국보그룹 오너 석회장(손현주)에게 밤낮 없는 구박을 받고 이용만 당하지만 그는 파산 위기에 처한 회사와 직원들을 살리려 법무법인은 물론이고 투자사와의 미팅부터 직접적인 소주 판촉까지 안하는 일이 없다.

"인범에게는 자신의 부친과 닮아 있는 종록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봐요. 국보그룹을 손에 넣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쓰지만 그럼에도 종록이 생각나고 회사에 헌신하느라 가정을 내팽개친 자신의 아버지를 투영하게 되죠. 인범이 종록에게 끌렸던 것처럼 저 또한 유해진 선배와 함께 연기할 때 너무 편하고 재미있었어요. 우리 영화가 90년대 당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저 또한 그 시절 배우를 향한 꿈을 키우면서 부던히 유해진 선배가 출연하셨던 훌륭한 영화들을 보면서 자랐어요. 1990~2000년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한국 영화들 중에서 해진 선배가 빠진 작품들이 있을까요. 너무 위대한 배우시죠. 그런 선배님이 현장에서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늘 무장해제를 시키셨어요. 해진 선배는 대본과 스토리보드에서 정해져 있는 대로 연기하는 게 아니라 더 자유롭게 연기하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 했어요. 저 또한 현장에서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편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배우 이제훈 ⓒ쇼박스

이제훈은 그를 세상에 알린 영화 '파수꾼'과 '고지전', '건축학개론'을 비롯해 tvN드라마 '시그널'(2016)과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2016), '박열'(2017), '아이 캔 스피크'(2017),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2020)과 '탈주'(2024) 등 대표작들을 보유하고 있다. SBS 드라마 '모범택시'(2021)와 '모범택시2'(2023)는 각각 16%와 21%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에게 2023년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기기도 했다. 한국 영화계와 방송가를 통털어 가장 바쁜 배우 중 한명인 그는 현재 tvN 드라마 '시그널2'의 촬영을 진행 중이다. 시즌2 제작을 수많은 시청자가 갈망해왔고 시즌1이 세상에 나온지 10년 만에 제작이 진행 중인 작품이어서 유독 관심이 뜨겁다. 방송사를 대표하는 드라마의 시리즈를 이어가는 주연배우로서 그의 책임감 또한 남다르다.

"오랜 시간 '시그널 시즌2'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고 있어요. 시즌1이 tvN 10주년으로 나왔는데 20주년을 맞아 시즌2가 방송된다고 하더라고요. 이후 스토리들에 대해 많은 상상들을 하실텐데 정말 상상 이상의 이야기가 엄청나게 펼쳐질 예정입니다. 김은숙 작가님이 새롭게 시즌2를 쓰실 때 얼마나 부담이 되셨을까 느껴졌어요. 저도 처음 대본을 받아 읽을 때 너무 흥분됐어요. 배우들은 매작품마다 마스터피스 같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는데 '시그널2'는 정말 김은희 작가님의 마스터피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행복하게 현장에서 잘 촬영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총 8부작으로 60%가량 촬영을 마쳤습니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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