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결박 사회’ 매듭 푼 ‘그 변호사들’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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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을 도왔던 '무라드'로부터 1년 뒤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강제 구금된 그는 손목이 허리 뒤로 수갑을 차고 발목은 포승줄에 결박돼 새우처럼 등이 꺾이는 고문을 당했다.
국가배상을 청구하며 성소수 수용자의 인권을 사회 한가운데로 끌어낸 데는 그 변호사가 있었다.
'인권 결박 사회'의 매듭을 푸는 데 '그 변호사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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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청을 도왔던 ‘무라드’로부터 1년 뒤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강제 구금된 그는 손목이 허리 뒤로 수갑을 차고 발목은 포승줄에 결박돼 새우처럼 등이 꺾이는 고문을 당했다. 2020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일이라곤 믿기지 않는 사건을 공론화하며 법정에 세운 데는 그 변호사가 있었다.
2007년 법적 성별을 정정하지 못한 채로 남성 교도소에 갇힌 트랜스젠더 여성도 온몸이 결박됐고 추위에 방치돼 동상에 걸렸다. 여성 속옷 구입과 호르몬 투여가 거부당한 뒤 ‘마귀가 씌었다’는 교도관의 멸시에 항의했으나 징벌을 받자 자살을 시도했다. 국가배상을 청구하며 성소수 수용자의 인권을 사회 한가운데로 끌어낸 데는 그 변호사가 있었다.
2014년 국민연금공단의 엉터리 평가 체계에 결박된 ‘최선생’은 결국 사망했다. 느닷없는 ‘근로 능력 있음’ 판정으로 생계급여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자 어쩔 수 없이 아파트 미화원으로 취직한 지 3개월 만에 쓰러졌다. 한국판 ‘나, 다니엘 블레이크’(켄 로치 감독 영화)로 불린 사건의 유족을 대리해 2017년 소멸시효 만료일에 제기한 소송에도 그 변호사가 있었다.
‘인권 결박 사회’의 매듭을 푸는 데 ‘그 변호사들’이 있었다. 국내 첫 비영리 공익변호사 단체 ‘공감’이 올해로 창립 21년이 됐다. ‘인권침해 피해자로부터 수임료를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며 100% 후원으로 재단을 운영해 온 변호사들은 차별과 혐오가 법의 이름으로 공격한 사람들을 법으로 지켜왔다. 법에 기반해 활동했지만 법의 틀에 묶이진 않았다. 인권은 박제된 개념이 아니었다. 공감의 지난 시간은 “한 명이라도 제도 밖의 예외적 존재로 남지 않도록 울타리를 넓히는 과정”이었다. “‘왜 이런 사건을 굳이 문제 삼는 거지’ 하며 의아해하는 얼굴들을 맞닥뜨리며 공감의 일은 시작”됐고 “한국사회가 무심코 넘겨버리는 일들 속에서 문제적 사안을 끌어내고, 질문을 던지고, 답하게 만드는 일”이 공감이 걸어온 길이었다. 그 결과 무라드는 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피해자 중 처음으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고, 교도소 트랜스젠더 여성 사건은 교정시설 성소수자 보호 규정 신설로 이어졌다. ‘최선생’의 죽음도 국가배상을 받아냈다.
책에선 “제도의 빈 곳을 찾아” 피해자와 소수자의 “자리를 기입”한 10개 소송을 다뤘다. 동성 동반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소송, 텔레그램 성착취 등 디지털성폭력 사건, 미등록 이주아동 강제퇴거 사건, 캄보디아 진출 한국 은행들의 빈민 약탈 대출, 사회복무요원 노동조합 설립 신고 반려 사건, 10·29 이태원 참사 등의 변론을 재구성했다. 소송을 맡았던 변호사들이 나눠 썼다. 담담하게 풀어쓴 글들은 ‘승소 혹은 패소’란 선고 결과에 가려진 분투의 시간을 들려준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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